충수는 불쾌한 위장계통 질병을 예방하는
유익한 조직으로 채워져 있다
가여운 충수는 2~4인치 길이의 벌레 모양을 한 주머니로 크고 작은 위장들이 만나는 지점인 맹장의 꼬리 부분에 붙어있다.
역사적으로 되돌아 봤을 때 해부학자들은 충수의 존재를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다섯 세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존재는 불가사의하다는 식으로 대중에 의해 비난을 받았고 맹장에 붙어있는 한 오직 문제만 일으키는 쓸모없는 장기로 인식돼 왔다.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의내릴 수 없었지만 의사들은 충수에 염증이 생기면 심각한 맹장염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런 이유로 18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복통과 관련된 어떤 의심이 일면 가차 없이 맹장에서 충수를 떼어내는 맹장수술이 행해졌다.
최초의 성공적인 맹장수술은 1735년 런던에서 이뤄졌는데 당시 의료진은 핀을 삼켜 충수에 구멍이 뚫린 11세 소년을 수술했고 이는 그로부터 24년 전 감염에 의해 이뤄진 첫 맹장수술 이후 이룬 첫 성공이었다. 이후 1800년대 후반까지 수술과 마취 기술의 발전을 통해 맹장수술은 영국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1900년대 중반까지 환자들에게 수술 없이 항생제만 투여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의학의 변화는 천천히 이뤄졌고 오늘날에는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충수가 파열된 경우가 아닌 3분의 2 가량의 환자들에 대해서는 맹장수술로 충수를 제거하는 대신 항생제 투여를 통해서 몸 상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가장 확정적인 연구로서 JAMA(미국의학협회)가 지난 9월 펴낸 논문에는 충수가 파열된 530명의 환자들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연구를 맡은 핀란드 의료진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을 받은 257명의 환자 중 172명은 이후 5년 이내에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
재발된 85명은 수술을 받았는데 7명은 맹장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오직 2명만 충수가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JAMA 서저리’ 저널의 부편집장인 에드워트 H. 리빙스톤 박사는 “핀란드 연구진은 충수가 파열된 맹장염을 수술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관념을 떨쳐냈다”며 “충수가 파열된 맹장염이라도 비수술적 처방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가장 대규모로 이뤄진 연구는 JAMA 서저리에 의한 것이었지만 연구와 관련 임의성이 낮다는 이유로 확정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연구의 결론은 충수가 파열된 맹장염을 비수술적으로 치료해 성공한 경우라도 이후 수술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입원하는 비중이 두배 더 많았고, 더 자주 의사를 만나야 해 결과적으로 785달러의 비용 부담이 더했다는 것이다.
병원의 CT 스캔을 통하면 맹장염이 충수가 터진 것인지, 아니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지 거의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어린이나 인신부에 대해서는 초음파 검사로 대체할 수 있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 5명 중 2명의 비율로 향후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비수술적 치료의 장점은 복잡한 수술과 마취의 과정과 더 긴 회복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평생을 살면서 7% 정도의 인구가 맹장염을 겪게 될 수 있는 이 기관을 왜 갖고 있어야 하는지 아마 궁금할 것이다. 해답은 이 충수가 불쾌한 위장계통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유용한 조직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1913년 한 영국 의사에 의해 충수는 대량의 백혈구를 만드는 림프성 조직으로 가득 찬 기관으로서 유해한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메디컬 저널에 에드레드 M. 코너 박사는 “인간의 충수는 단독으로 남아있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반대로 영양분을 운반하는 통로로 특화된 기관이었는데 퇴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기능을 하게 됐고 이는 림프성 조직을 통해 맹장으로 침투하는 미생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 이었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 정도가 흐른 현재 연구자들은 충수 제거라는 오래된 의료계의 신조를 깨뜨리면서 코너 박사의 의견을 지지하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미드웨스턴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인 헤더 F. 스미스 박사는 “충수는 포유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30배 이상 더 많이 독립적으로 발달해왔다”며 “이는 어떤 적응 과정에서의 이점으로 받아들여 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충수는 고농도 림프성 조직으로 채워져 면역체계를 지지하고 소화기 계통으로 침입하는 병원균을 막는다”며 건강 상태를 유지해 줄 수 있는 충수를 보존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박사는 이에 더해 침팬지, 고를라 등 유인원과 영장류 및 설치류 등에서 충수가 발견되지만 맹장염을 앓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방 선진국에 맹장염이 많은데 그 원인은 고탄수화물과 저섬유질 식사가 체내에 흡수된 탄수화물을 석회화해 충수의 입구 부분을 막기 때문이다.
듀크대에서 이뤄진 연구는 이 ‘쓸모없어 보이는 진화의 자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랠프 랜달 볼린저 박사와 그의 연구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인체라는 거대한 그릇에 담긴 유익한 박테리아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서 충수는 은신처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병원체로 인해 몰살되는 피해를 입은 유익한 박테리아들이 충수에 숨었다가 다시 번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위장 내 나쁜 병원균이 침투한 끝에 설사로 병원균 뿐 아니라 유익한 박테리아까지 한꺼번에 체외로 배출해 버리면 손해도 보는 셈인데 충수에 이들을 대체할 유익한 균을 보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방 선진국에서 맹장염이 감소 추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미국 내에서는 연간 20만건 이상이 발생해 맹장염은 복통과 관련해 가장 보편적인 긴급 의료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맹장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염두에 둘 것은 최대한 빠른 검진을 거쳐 비수술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치료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충수가 파열되고 복부 전체로 감염될 수 있다.
맹장염의 통증은 통상적으로 배꼽 부위에서 시작되지만 곧 복부의 아래쪽으로 이동하고 임신부의 경우는 우측 상복부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증은 기침을 하거나, 걷거나,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더욱 심해진다.
전문가들은 전에 없던 이와 같은 통증이 생기거나 더 심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갈 것을 권하며 특히 열까지 있고, 식욕은 없으면서, 현기증과 구토, 기력 없음, 복부 팽만감, 설사나 변비는 물론, 방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응급실행을 더욱 서두를 것을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
<Gracia Lam for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