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모나코 삼킬 만큼 거대한 ‘룅지스 식품 도매시장’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10-22 09:09:30

파리,명소,모나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파리 시민들 대부분이 직장에서의 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시간인 자정 무렵이면 이때부터 활기를 띄는 곳이 있다. 프랑스 수도에서 남쪽으로 5마일 떨어진 룅지스(Rungis)에 있는 거대한 식품 도매시장이다. 면적이 모나코보다 조금 더 크다. 

 

길이가 축구장만한 냉장 홀 안에서 파스칼 뒤페이스는 은빛 물고기에서 얼음 조각들을 털어내며 생선의 눈을 가리킨다. 완벽하게 맑다. 싱싱하다는 증거이다.

“아름답지 않아요?” 하고 말하는 그의 입에서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오늘 아침 브리타니에서 어부가 작은 배로 잡은 겁니다.” 파리의 호사스런 식당에서 온 구매자가 생선을 살펴보고는 가격을 흥정하고 부유한 손님들이 몰려들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해달라고 못을 박는다.

인근의 30개가 넘는 육류, 과일, 채소, 꽃 도매 파빌리언들에서 이른 새벽 내내 이루어지는 거래는 수천건.

그리고 파리의 스카이라인에 해가 떠오를 때쯤이면 시장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동네 단골 바인 르 생 위베르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거의 3,000잔에 이른다. 

“근로계층들이 모이는 곳이지요.”

정육도매기업 직원인 파스칼 롤랑(56)이 밤새 고기 덩어리를 자른 후 새벽 5시30분 피로 얼룩진 앞치마를 두른 채 화이트 와인을 홀짝 거리며 마신다.

“여기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유럽에서 가장 숨겨진 곳 중의 하나인 룅지스의 전형적인 아침 풍경이다. 세계 최대의 식품도매 시장이다. 

573에이커에 걸쳐 펼쳐진 광활한 시장에서는 1만3,000명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식당이 19개, 은행, 우체국 그리고 자체 경찰까지 갖춰져 있다. 룅지스는 도시 안의 도시이다. 유럽 대륙과 세계를 잇는 통로이자 수백만 톤의 싱싱한 식재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요리전문가들은 대단히 아끼는 시장이지만 파리를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 전신인 레잘르(Les Halles)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알고 있다. 800년의 역사 동안 파리시민들을 먹인 시끌벅적하고 쥐가 들끓던 시장으로 에밀 졸라의 소설 ‘파리의 배’에도 나온다. 

시장이 비좁아 지자 샤를르 드 골 당시 대통령은 파리 중심부의 시장을 교외지역인 룅지스로 이전하도록 명령했다. 

1969년의 대대적 이전은 경찰이 동원되며 3일에 걸쳐 양배추 하나까지 모두 옮겨갔다. 당시 프랑스는 이 작전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비교했다.

신시장 룅지스는 초현대식 시장이다. 연 매출이 90억 유로(대략 104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 내 파빌리언은 4개 주요 식품 그룹으로 나뉘고, 쓰레기 재처리 시스템, 글로벌 단위의 전자 상거래 시스템을 갖추고 대단히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모스크바, 아부다비 등 세계의 수도들이 룅지스를 모델로 자국의 도매시장들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구글 등 온라인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셈마리는 온라인 거래를 적극 권하고 있다. 

“우리가 생선장사, 야채상, 정육점 주인들에게 디지털로 옮겨 가라고 압력을 넣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라고 셈마리의 스테판 라야니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사이버장사로 방향을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시장의 터줏대감들에게는 묘한 거부감이 없지 않다. 대부분 2세대, 3세대 상인들이다. 레잘르 구시장에서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은 구매자와 고개를 맞대고 흥정을 하고 귀 뒤에 꽂은 펜으로 주문서를 작성하곤 했다.

차곡차곡 진열된 생선들을 가리키며 뒤페이스는 말한다.

“이걸 컴퓨터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하지요. 사람들은 생선을 보고, 만져보며 싱싱한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컴퓨터 스크린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생선 품질을 잘 아는 구매자들이 전화로 주문하는 것을 받는 것이 그에게는 유일한 원거리 거래이다.

그러나 온라인 장사가 이문을 많이 남기리라는 전망에 많은 상인들은 마음이 끌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벽 5시, 시장에서 제일 큰 청과 도매상인 피에르 데스메트르의 세일즈 담당 직원 10여명은 거대한 청과 홀 안에서 컴퓨터로 온라인 주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 기업의 제롬 데스케트르 사장은 4세대 청과상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시장에서 팔 사과를 모으느라 나무 손수레를 끌고 농장들을 돌아다녔다고 그는 말한다.   

오늘날 그는 온라인으로 브라질에서 체리를 사들이고 남부 프랑스에서 기차로 배송된 복숭아를 받는다. 

온라인 접근법에 회의적인 사람들 중에는 파리에서 꽃가게를 하는 오로르 부싹(30)도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가 시든 꽃들을 받고 난후 그는 다시 룅지스로 가서 튤립이나 장미 등 꽃들을 직접 점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장인들이에요. 어떤 건지 알고 사야지요.”

아울러 그는 홀의 오랜 단골가게들을 손짓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이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덧붙인다.

고객과 상인들, 그리고 근로자들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이다.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 시장은 시골마을 같아서 음식과 일, 자부심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직원 40명의 정육 도매상인 유로디스 비앙드의 프란시스 포쉐르(58) 사장은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그래서 직원들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뽑는다. 대부분이 파리 교외의 빈민구역 출신들이다. 실업률이 40%에 달하는 곳이다.  “정말 열심히 일하려고 든다면 일자리는 있습니다.”

그는 직업들에게 최저임금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장사 수완도 전수해 준다. 

82세의 앙퇀 다고스티노는 12살 때부터 시장 일을 시작했다. 구 시장 레잘르에서 손수레로 청과를 나르는 일이었다. 시장의 유명인사인 그는 과거 냉장시설이 없어서 야채나 과일을 빨리 팔아야 했던 때를 회고한다.

어려서부터 일하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한 그는 이제 룅지스에서 포도주 도매사업을 하는 아들의 일을 돕고 있다. 전자 상거래에 대해 그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거기서는 인사도 감사하다는 말도 없지요. 사람들은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어합니다. 그런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뉴욕타임스 - 본보 특약>

 <Andrea Mantovani - 뉴욕타임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지난달 풀턴서 성충 발견강력한 생태계 교란해충농작물 등에 심각한 위협 조지아 전역에 강력한 생태계 교란종인 흔히 중국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조지아 농업부는 지난달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8일 별세, 30일 11시 추모식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을 역임한 김용건 박사(사진)가 지난 8일 애틀랜타 남부지역 존스보로 소재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8년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노인회·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 9만4,657달러, 미션아가페 3만7,840달러 귀넷카운티 정부는 중요한 필요를 충족하는 한인단체 두 곳을 포함 65개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비영리 단체 역량 강화 보조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