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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웨딩보다 내집 장만 다운페이먼트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1-19 10:10:17

웨딩,내집장만,다운페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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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는 개신교 목사 캐리 그러햄은 4년 전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주택공사 현장을 지나쳤다. 오스틴 시 북동쪽지역인 물러의 차고가 딸린 신축건물에 홀딱 빠진 그러햄은 공사가 끝나자마자 아파트 세입자로 입주했다.   

그녀를 매료시킨 것은 다른 무엇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이었다. 건물 입주자들이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가든이 조성되어 있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파머스 마켓과 분위기 좋은 작은 술집도 있었다. 게다가 현관 앞의 널찍한 프런트 포치와 사방으로 열린 실내구조는 교인들과 회합을 갖기에 충분한 스페이스를 제공해주었다. 

당시 그러햄(35)은 아예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쥐꼬리만 한 목사 월급으로는 가당치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건축업자가 제공하는 ‘내 집 장만’ 프로그램에 응모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러햄은 잔뜩 몸이 달았다. 다운페이먼트만 해결하면 ‘환상적인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그녀는 10대 시절 아버지와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해냈다. 당시 아버지는 그녀의 결혼자금으로 다섯 자리 숫자의 ‘거금’을 적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남지친구는 있지만 구체적 결혼계획은 없던 그러햄은 그 돈을 활용하기로 작정하고 아버지 설득작업에 돌입했다. 장시간의 ‘협상’ 끝에 아버지는 딸에게 결혼자금을 주택구입 비용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러햄은 “부모님이 주신 돈은 현명하고 유용한 목적에 쓰여진 진정한 선물”이었다며 “두 분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만한 집을 마련하는데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햄처럼 언제 결혼할지, 혹은 결혼을 하기는 하는 건지 알지 못하는 전국의 많은 독신들이 웨딩 드레스와 케이터링 비용 등의 명목으로 비축해 둔 목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 액수도 만만치 않다. 결혼식 비용 자체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투산 소재 리서치사인 웨딩 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전체 평균 결혼비용은 2만 5,961달러였다. 

볼티모어의 파이니 램파트(30)는 부모가 따로 떼어둔 결혼자금 15만 달러를 워싱턴 고급주택가인 U스트릿 지역의 콘도미니엄을 구입하는데 털어 넣었다.  파이니는 4년전 언니가 애틀랜틱시티에서 초호화판 결혼식을 계획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저런 맹꽁이 같은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비영리기구 전략기획실 매니저로 근무하는 파이니는 “며칠간 이어지는 흥청망청한 결혼파티를 하라고 하면 아마도 난 기절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햄은 “부모님이 만들어준 결혼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평생 독신으로 지내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결혼은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장만한 집은 그것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에퀴티를 늘려간다”며 만족해 했다. 

소비자금융전문가이자 금융계획웹사이트인 민트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키미 그린은 “많은 30대 독신 여성들이 손 놓고 앉아 인생의 다음번 이정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결혼준비금을 현명하게 사용해 그들의 경제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성스레 모은 자녀의 결혼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부모도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옥스에서 오피스 부 매니저로 근무하는 한나 그래햄(27)은 지난해 약혼했다. 그녀의 부모는 그때서야 딸의 결혼비용으로 3만 달러를 적립해 두었다고 밝혔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햄과 동거중인 그녀의 약혼자 제시 데이비스(28)는 결혼 비용 전체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라고 판단했다.   

논의를 거듭한 예비부부는 결국 그 돈을 두 사람이 오랫동안 꿈꾸었던 이탈리 여행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3주간 이태리 전국을 누비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 이들은 중세도시인 몬테풀치아노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총 1만 5,000달러. 새내기 부부는 나머지 1만 5,000달러를 저축예금 계좌에 집어넣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홍보일을 담당하는 조니 마시(28)와 사이버시큐리티 회사에서 근무하는 그의 아내 앨리슨 돈잔티(29)는 2014년 7월 결혼할 당시 예비 하객들에게 돌린 청첩장에 하와이 신혼여행을 갈 수 있도록 선물대신 현금을 지원해달라는 쪽지를 첨부했다. 

‘축의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모이자 마음이 변한 신혼부부는 캘리포니아 주 나파로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 나머지 돈은 1,000평방피트짜리 2베드룸을 구입하는데 보탰다. 마시는 “축의금을 낸 하객들에게 사기를 친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현명하게 돈을 사용했다며 오히려 격려해 주었다”고 말했다. 

반면 그러햄의 어머니 로리는 딸의 ‘소행’에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가 애써 마련한 결혼자금으로 집을 산다기에 처음엔 반대했다. 딸이 남 못지않은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딸아이의 집값이 많이 올라 그나마 위안이 된다.” 

파이니의 아버지 카우스트부 판디아는 “아비로서 첫딸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둘째 딸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한결 수월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콘도 에스크로를 마감하는 날 남편감을 만난 파이니는 지난 5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법원에 혼인신고를 한 후 양측의 직계가족이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그러나 파이니는 몇 주 뒤 친구들을 불러 무료 뷔페와 음료수를 제공하는 오픈 바 파티를 벌였다. 

집을 장만한 그러햄은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저축을 시작했고, 마시와 그의 아내는 지난 10월 프렌치 폴리네시아로 오랫동안 망설였던 신혼여행을 떠났다. 여행에 나서기 전 마시는 “집을 산 후 모기지로 쪼들렸지만 이제 제법 여유가 생겨 ‘지각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뿌듯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

 

성대한 웨딩보다 내집 장만 다운페이먼트
성대한 웨딩보다 내집 장만 다운페이먼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목사로 활동하는 캐리 그러햄은 부모가 마련해 둔 결혼자금을 이용해 멋진 내집을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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