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료 포함 비부채 지출 1987년 이후 최고수준
주택가격 상승세가 전혀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5년 연속 쉴새 없이 오른 주택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세입자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너무 올라 버린 주택 가격탓에 내집 장만을 잠시 미뤄보지만 그렇다고 세입자들의 부담이 주는 것은 아니다. 주택 구입을 포기한 세입자들의 유일한 선택은 주택 임대. 주택 임대료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세입자들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머니 매거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주택 임대난 현상을 취재했다.
■집 못사 개인 부채 감소
최근 월스트릿 저널은 미국인의 개인 부채 규모가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 재정 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들리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면 씁쓸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 부채 수준은 감소한 반면 기타 재정 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인 부채로 잡히지 않는 휴대 전화 사용료, 차량 리스비, 주택 임대료 등의 지출이 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 지출 비용은 주택 임대료다.
개인 부채 규모가 감소한 원인 중에는 주택 소유율 하락도 포함된다. 최근 주택 소유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모기지 대출자 비율이 낮아져 개인 부채 감소로 이어졌다. 모기지 대출자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곧 세입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세입자 증가에 따른 주택 임대 수요 증가로 주택 임대료는 지난 5년간 무려 18%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연방 노동청 자료).
임대료 고공행진으로 2016년 말과 2017년 초 임대료를 포함한 ‘비부채 개인 재정 지출’(Non-debt financial obligations) 규모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최근 20년 임대료 2배로
강산이 2번 바뀌는 동안 주택 임대료는 2배로 올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인플레이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임대료가 오른 것이 문제다. 연방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및 주택의 ‘중간 임대료’(Median Asking Rent)는 월 약 864달러로 나타났다.
2000년도 초반 불과 약 500달러에 불과하던 임대료가 경기 대침체를 거치는 동안 무려 700달러나 치솟은 것이다. 대규모 주택 차압으로 세입자 규모가 급등한 틈을 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슬금슬금 올린 결과다.
중간 임대료 수준은 2015년 사상 최초로 800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임대료 수준은 20년 전인 1995년(약 425달러)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올랐다.
1995년 약 100달러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올해 약 160달러로 환산된다.
주택 중간 임대료가 만약 인플레이션 상승률만큼 올랐다고 가정하면 20년 전 425달러였던 임대료는 현재 약 680달러가 적정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임대료 시세는 적정 수준보다 약 184달러나 더 올라 서민들의 주거비 ‘등골 브레이커’가 되어 버렸다.
■투잡 안뛰면 임대 힘들어
‘전국저소득층주택연합’(National Low Income Housing Coalition)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민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에 얼마나 허덕이고 있는 지 실감할 수 있다.
NLIHC의 조사에 따르면 중간 임대료 수준의 침실 2개짜리 유닛을 임대하려면 세입자는 적어도 시간당 약 21.21달러를 벌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최저 시급인 7.25달러의 3배를 받아야 침실 2개짜리 집을 임대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다. 현재 세입자들의 평균 시급인 약 16.38달러보다도 약 5달러나 높은 시급 수준으로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NLIHC의 조사에 따르면 최저 시급을 받는 세입자들이 침실 1개짜리 유닛을 임대하려면 일주일에 무려 94.5시간을 일해야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94.5시간을 일하려면 정규직 하나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2개 이상의 직업을 뛰어야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년에 임대료 13개월치
2016년 한해 주택 임대료는 전국적으로 약 4% 오른 것으로 집계됐지만 지역별로 상승폭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대료 상승폭이 큰 지역의 경우 임대료가 오른 해에는 전년도에 비해 임대료를 13개월치 내는 것과 같은 결과까지 나타났다. 임대 주택 검색 사이트인 ‘렌트 카페’(Rent Cafe)의 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경우 2015년 12월 약 853달러였던 평균 임대료가 불과 1년사이 약 9.3%나 급등, 2016년 약 932달러로 올랐다.
디트로이트 세입자들은 임대료 상승분을 감안하면 2015년에 비해 2016년 약 948달러를 더 내야했는데 한달치 임대료와 맘먹은 금액이다. 남가주 롱비치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2015년 약 1,677달러였던 평균 임대료가 2016년 약 1,828달러로 오르면서 세입자들은 연간 약 1,812달러의 추가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주택 임대료가 올 들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시장 조사 웹사이트 ‘아파트먼트 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지난 한해 상승세가 미미했던 임대료가 올 들어 매달 연속 약 0.5%~0.7%씩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측에 따르면 올해 임대료 상승폭은 이미 지난해 1년간 상승폭을 넘어서고 있다.
2016년 임대료 상승률은 약 1.6%로 조사됐지만 임대료는 올 들어서만 이미 지난해 12월 대비 약 2.1% 오른 상태다. 아파트먼트 리스트는 현재 임대료 상승 추세대로라면 오는 여름철까지 임대료가 약 1.5%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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