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사들 잇따라
고객 유치 서비스 전략
국적항공사 걸음마 단계
델타항공을 비롯한 글로벌 항공사들이 앞다퉈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적 항공사의 서비스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델타항공은 스카이 마일스 회원들을 대상으로 600여대의 항공기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델타는 지난 8월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국내선 위주에서 유럽 주요국 운항 노선을 포함, 장거리 국제선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프랑스 노선을 시작으로 9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노선에 이어 10월 남아메리카 주요 노선과 하와이 노선으로 확대됐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 나이지리아, 가나, 세네갈 등 아프라카 노선에 2025년도 하반기에는 한국 등 아시아 노선과 호주 등 태평양 횡단 노선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달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르면 내년부터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항공기 약 1000대에 차례로 탑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스트리밍, 온라인 게임, 쇼핑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내 와이파이는 2000년대 들어 비행기에 안테나를 설치해 땅에서 지상 기지국 신호를 받거나 상공에서 인공위성 신호를 받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안테나·모뎀 같은 장치 설치에 많게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 도입 항공기가 적었고, 유료 서비스에 인터넷 속도도 느려 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와이안항공은 지난 달부터 일부 기종 항공기에서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올 연말부터 국내선을 중심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할 예정이고, 에어프랑스도 내년 여름부터 순차적으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한국 항공사 중엔 와이파이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2017년 처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했고, 대한항공은 작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는 A350 기종에서 가능한데 1시간 이용시 요금이 11.95달러, 3시간 이용은 16.95달러, 비행 중 무제한은 21.95달러다. 대한항공은 탑승객들이 필요에 따라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제를 인터넷(10.95~20.95달러)과 메시징(4.95~5.95달러)으로 구분하고 운항 거리와 서비스 이용시간에 따라 세분화 했다.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모든 항공기에서 카카오톡만 쓸 수 있을 정도 속도의 채팅 서비스를 1시간씩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무제한 채팅은 5.95달러, 무제한 인터넷의 경우 20.95달러의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국적 항공사들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도입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글로벌 항공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스타링크가 아직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있어 이를 도입한 국적 항공사가 없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항공기 당 수십억원의 별도 비용을 투자해 안테나 등 인공위성 신호와 연결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단계에서 무료화를 고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