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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식 먹고 기력 약화? MSG 마녀사냥의 씁쓸함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3-11-22 17:25:36

MSG 수난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MSG 수난사

1968년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스의 의사 로버트 호 만 곽은‘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서신을 한 통 보낸다.“미국에 머무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중식당 특히 산둥 지역의 음식을 내는 곳에서 식사할 때마다 이상한 증상을 느껴왔습니다.” 곽의 서신에는 중국 음식을 먹고 난 뒤 팔과 등으로 번지는 목의 무감각함과 전반적인 기력 약화,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느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저널의 편집자들은 그의 서신에‘중식당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이라는 제목을 달아 게재했다. 몇십 년 동안 세간의 신경을 건드릴 새로운 질환이 순식간에 탄생한 것이다. 곽은 증상의 원인으로 간장으로 인한 알레르기와 요리술의 지나친 사용, 높은 염분과 MSG(글루탐산나트륨) 함유량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열거했다.

 

■인종차별적 중식당 증후군의 호명

그의 서신이 저널에 실리자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많은 의사가 저널에 연락해 왔다. 숭어를 보고 뛰는 망둥이 격이라는 반응도 많았지만 자신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중국 음식을 먹고 나면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으니 의학적 인과관계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는 얘기였다.

곽이 지펴 놓은 불에 미국 의학계는 섣불리 움직여 사태를 되레 악화시켰다. 아무런 의심 없이 실체가 없는 가짜 질환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 인종차별적인 명칭까지 붙였다. 그렇게 중식당 증후군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MSG는 중식당 증후군의 원흉으로 떠올랐다.

곧 의학계에 MSG의 악영향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가 쏟아졌다. 한 연구자는 심지어 자기 부인(당시 38세)이 일시적으로 보이는 우울 증상이 MSG 탓이라고 매도했다. 2주 동안 평소보다 의부증과 음울함이 심했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잦았는데 그 모든 게 MSG 탓이라고 결론까지 내렸다. 그렇게 대대적인 마녀사냥의 막이 올랐다. MSG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채 100여 년만에 닥친 본격적인 수난이었다.

■등장 100여 년 만에 닥친 수난

고대 로마의 가룸(발효 액젓이자 케첩의 전신)과 같은 조미료에서 알 수 있듯 인류는 오랫동안 글루탐산의 감칠맛을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 가운데 1866년 독일의 화학자 카를 하인리히 레오폴트 리트하우젠이 글루탐산을 최초로 발견했다. 밀의 글루텐을 황산으로 처리해 글루탐산을 분리해 낸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조미료 형태의 MSG는 일본에서 비롯되었다. 1908년 일본 도쿄대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가 국에서 다시마의 존재가 불어넣는, 말로 표현하기 풍성한 맛을 발견했다. 연구를 통해 그는 글루탐산의 존재를 밝혀냈다. 그리고 일본어로 ‘맛있다’는 뜻의 단어 ‘우마이(うまい)’에서 따온 ‘우마미(旨味)’라는 용어를 붙였다. 

이후 글루탐산의 염을 결정 형태로 대량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냈다. 현대판 MSG의 탄생이었다.

■25년 뒤 실험으로 풀린 오해

다시 중식당 증후군 얘기로 돌아와, 이 증후군으로 기세를 올린 MSG 마녀사냥은 무려 25년이나 특별한 제지 없이 계속됐다. 1993년이나 돼서야 CRS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과학적인 이중 은폐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서(西)시드니 대학교의 화학자 레오니드 타라소프와 통계학자 마이클 켈리는 당시까지 이루어졌던 MSG 관련 연구 19건을 리뷰해 단 6건만이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게 의미 있는 연구 6건 가운데 3건은 MSG를 음식에 더해, 나머지 3건은 음식 없이 MSG만 피실험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실험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CRS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은 금식 중인 피실험자에게 음식 없이 다량의 MSG를 주었을 때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우도 음식과 함께 나갔을 경우 이상 반응은 사라졌다.

이 리뷰를 바탕으로 타라소프와 켈리의 실험은 좀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3g의 MSG를 캡슐에 담아 매일 아침 식사 20분 전에 피실험자에게 복용시켰다. 세계에서 MSG를 가장 많이 먹는다는 대만의 1일 소비량에 맞춘 기준이었다. 실험 결과는 나름 충격적이었다. MSG를 복용한 피실험자 무리가 가짜약을 받은 무리와 같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RS와 흡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피실험자가 단 1명 나왔지만 그는 가짜약 복용자였다.

■MSG 아닌 염분 등에 대한 주의

실험을 바탕으로 타라소프와 켈리는 중국 음식에서 MSG 외에 문제가 될 요인들을 분리해 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땅콩이나 갑각류, 계란 등의 식재료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다만 가능성은 1% 미만이다. 둘째, 몇몇 아시아 식재료의 히스타민이 두통이나 홍조, 두근거림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염분 또한 홍조와 얼굴 당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1997년에는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의 윌리엄 H. 양 박사가 다른 각도에서 CRS의 실체에 접근했다. 그와 연구진은 스스로가 MSG에 민감하다고 믿는 이들 61명을 모아 실험을 했다. 일반적인 섭취량보다 훨씬 많은 5g의 MSG를 피실험자에게 투여하고 많은 증상 가운데 단 두 가지만을 느껴도 MSG에 민감하다고 분류했다. 그 결과 61명 가운데 단지 18명이 가짜약이 아닌 MSG에만 반응했다.

영국에서 1994년 1만5,000가구의 일원을 대상으로 벌인 실험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유, 계란, 밀, 갑각류 등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설문 조사를 벌이자 전체의 20%가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은폐 실험을 하자 그 가운데 5분의 1 이하의 인원만이 실제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 ‘맛그린’이 촉발한 MSG 갑론을박

국내에서도 MSG는 수난을 겪었다. 1993년 12월 (주)럭키(현 LG생활건강)가 조미료 ‘맛그린’을 출시한 뒤 잡음이 불거졌다. 당시 조미료 시장은 다시다의 CJ제일제당과 미원의 대상이 엎치락뒤치락 양분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장에서 지분을 확보하고자 맛그린은 ‘화학 조미료 MSG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타사의 기존 제품에 유해성 논란이 있는 MSG가 0~100% 들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맛그린이 생판 존재하지 않았었던 원리로 감칠맛을 내는 것도 아니었다. 아미노산계인 MSG와 달리 핵산계의 원료를 썼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논란이 불거졌고 LG는 MSG의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모유에서도 발견된 MSG

이처럼 ‘근거가 빈약한 MSG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1995년 미국 실험생물학협회(FASEB)가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발주한 연구에서도 음식 없이 3g 이상의 MSG를 섭취하는 경우에만 일부 민감한 개인이 두통, 무감각, 홍조 따끔거림, 졸음과 같이 일시적인 증상을 발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결론은 명백하다. MSG는 안전하며 심지어 모유에서도 발견되는 성분이다. 모유를 먹던 신생아가 우유를 잘 먹지 않으려 드는 이유도 혀가 글루탐산을 감지해 자기 몸에 더 적합한 것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MSG의 입지는 많이 좋아졌다. 감칠맛이 혀가 느끼는 ‘제5의 맛’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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