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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1-10 12:30:07

소아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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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

초교 5학년 아들을 둔 박모(45)씨는“아들이 매일 너무 불안하고 힘들다고 토로하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그의 아들은 종합심리검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뇌파 검사 결과를 보니 우울증이 오랫동안 지속된 상태더라고요.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6~11세 소아우울증 약 두 배 증가

12~17세에서도 58% 안팎 늘어

비만도 소아우울증 발병에 영향

 

‘마음의 병’을 앓는 소아·청소년이 큰 폭으로 늘면서 소아·청소년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소아우울증은 과잉행동과 집중력 저하, 잦은 복통·두통 등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치료를 위해선 부모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일시적인 감정 기복으로 치부하고 방치할 경우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11세 우울증 환자는 2018년 1,849명에서 2022년 3,541명으로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17세는 약 58%(1만5,605명→2만4,588명), 12~14세에서도 비슷한 비율(57%·5,893명→9,257명)로 우울증 환자가 늘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심하지 않은 우울증으로도 자해·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우울증은 성인우울증과 비슷하게 식욕 저하와 불면증, 집중력 저하를 동반한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거나,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의욕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소아우울증은 우울감 대신, 짜증이나 예민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우울증 경고 증상으론 △불면증·과도한 수면과 같은 수면 패턴 변화 △식욕·체중의 변화 △평소보다 더 큰 피로감 △잦은 두통·복통 △죽음·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이 있다. 우울증 경고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난다면 소아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 초기 증상과 사춘기 행동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아이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초교까지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학업에 부진할 경우 부모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소아우울증에 동반한 집중력 저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아우울증의 원인은 60%가 학업 스트레스와 가족·또래 관계에서 비롯된 환경적 요인이다. 나머지 40%는 유전적 요인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급증하는 소아 비만과 소아우울증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9~17세 비만율은 14.3%로 2018년(3.4%)과 크게 차이가 났다.

소아청소년 우울증 중증도 평가도구(CDRS-R) 결과가 40점 미만(경증)이면 심리 치료를 우선 진행하고, 40점 이상(중등도 이상)일 경우엔 항우울제 치료를 보통 시행한다. 치료 시작 후 8~12주째에 개선 정도를 평가해 향후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CDRS-R로 평가한 증상이 50% 이상 감소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서 치료 효과가 있으면 같은 용량으로 6개월 정도 치료를 지속한 뒤 점차 용량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약제를 바꾸고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김 교수는 “항우울제를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자살 생각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연구를 보면 항우울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자살 생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큰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소아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치료를 늦추는 요인이다. 일례로 우울증은 자연히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치료받지 않을 경우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나약하다는 증거’라거나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하면 증세가 더 나빠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우울증을 악화하는 부분이다. 소아우울증이 특정 사람 또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해 원인 찾기에 집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특정 사람·사건만으로 우울증이 발병하진 않는다는 게 의학적인 판단이다.

김 교수는 “소아우울증을 겪는 아이와 부모는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에 의해 비롯됐다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으려 하기보단, 현재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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