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9억 끊겨…이달까지만 운영
고대구로병원 11년 만에 운영 중단
의료계, 중증외상 전문의 수급 우려

정부 지원으로 중증외상 전문의를 육성해왔던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대구로병원은 정부 지원금 중단에 따라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를 이달 28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2014년 국내 최초 보건복지부 지정 서울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사업 병원으로 선정돼 센터를 설립한 지 11년 만이다.
중증외상은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다친 경우를 뜻한다. 이런 상태의 환자에게 집중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중증외상 전문의다.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세부 전공으로 외상외과를 선택해 추가로 2년간 수련을 거쳐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정부는 그간 교육 훈련비 등 연간 예산 9억 원을 고대구로병원 센터에 지원했다. 매년 2명가량의 국가 장학 외상 전문의가 이곳에서 탄생, 지금껏 20여 명이 배출됐다.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고대구로병원은 센터를 더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복지부는 “예산을 편성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
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됐다가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살아났는데, 국회가 증액 심의를 하지 않아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사라졌다.
의료계는 중증외상 전문의 수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내달부터 고대구로병원에서 외상 전문의 수련을 받으려던 전문의 2명만 해도 지원이 중단된
다는 사실을 알고 수련을 포기했다. 대한외상학회에서 국비 지원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수련기관을 지정해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련기관이 줄어 외상 전문의 배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병원 측은 병상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수련센터만 문을 닫고 중증외상 환자는 그대로 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종건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은 “그간 열악한 상황에서도 중증외상 전문의를 배출했고 이들 중 다수가 외상센터 및 교육기관에서 헌신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센터 운영이 재개돼 외상 환자 치료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