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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5 08:42:3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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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어느 모임에서였다. 초면으로 만난 분께서 ‘참 편안하게 보이시네요. 보기 좋습니다’ 인사를 건네신다. ‘감사합니다’ 목례를 하면서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었을까. 긍정도 부정도 맞던질 수 없는 분위기가 어쩐지 거북스럽다. 까닭없이 어울리지 않는 찬사를 흘리는 태도가 친절을 가장한 극치의 이기주의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편안해 보인다는 표현 적정선을 제대로 파악은 한 것일까. 상대를 잘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 상대의 진솔한 본래 모습을 놓치게 되면 관계를 구겨 놓게 된다. 상대를 잘 안다고 덤비면 덤빌 수록 시각은 왜곡되고 뒤틀려 질 확률이 내포되기 쉬운 편이라는 염려를 저어하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 우선이요 먼저 내가 인품이 다듬어진다면 무리없이 다 받아들이며 동행하게 되는 것인데. 정답 찾아 삼만리 길이다.

대개의 관심사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들과 얼마나 광범위하게 관계를 가지며 살아 왔는지를 내세우며 인정받기를 즐겨한다. 삶을 향한 자세와 세상을 향한 시선 향방이 어긋난다면 서로를 알아가는 초심부터 아예 포기가 더 쉬울지 모를 일이다. 덕망있는 사람과 친분이 깊으면 자신도 동일수준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도 면구스럽고 동정심이 유발되기도 한다. 어리석다. 스스로 자신을 초라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어떠한 상대를 만난다 한들 상대 때문에 진일보 나아지는 것은 아닐 터이다. 고매한 인성을 갖추었다면 상대의 사회적 명망 여부에 마음이 언짢아질 수는 없는 일. 무턱대고 겉만 보고, 주관적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폄하하거나 밀어내거나  홀대해서도 아니될 일이다. 막연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곧잘 유난한 친근감이나 이웃으로 주변을 기대하게 되는 일말의 독선을 인지상정으로 인정해 주어야할 것인지.

허물없는 친지들과 만나는 자리에 앉게 되면 일상에 쌓인 불순물들이 마그마처럼 분출할 때가 더러 있다. 눈에 띠게 범람하는 주제들을 살펴보면 관계 아픔에서 얻게 된 통증을 어찌할 바를 몰라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는 주제가 대세를 이룬다.

과연 국한된 세대만의 문제일까. 어찌 보면 부모 세대도, 자녀 세대도 이구동성 토로하는 문제로 자리 잡았다. 누구라 특정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어려움은 아닐 것이다. 관계를 이어가는 상호 교감에서 아픔을 겪게 되고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 또한 종종 만나게 된다. 나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삶의 조화이다. 나를 반영하는 거울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게 되고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인성 균형을 키워가는 것, 삶의 구도에서 균형 감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도모해 가야할 일들이 가감없이 남게 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사소한 생각이 맞물리지 않은 것으로, 은유적 표현을 하지만 나와만 오로지 변함없는 관계를 독점해야 한다는, 이기심의 발로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관계의 실패는 시간 문제이다. 상대 의중에는 아랑곳 없이 필요에 의해 선택한 상대에게서 이기적인 목적 의도를 추구하는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야할 터인데 어찌 오리무중이다.

관계를 선점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둔한 자요 어리석음이다. 감성 켜켜이 스며있는 서로 다른 이질감을 동질의 현실 앞에 처한 것 같은 감성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가족이 아니면 진정성 문제가 야기되기 십상이다. 인간 저변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이중성이 끼어들 수 있는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어차피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오로지 나와만 절친하기를 기대하는 이기적 심리때문에 제삼 인물이 등장하면 애증의 관계가 구성되고 갈등이 시작되고 눈치작전이 비집고 들어선다. 무수히 보아왔던 관계형성 과정들에 불협화음을 만드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성품과 삶의 방향성과 세상을 향한 부심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볼 여지도 없을 뿐더러 헤아려 보지않은 채라면 상대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상대를 잘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 상대의 참 모습을 놓치게 되면 관계를 구겨 놓게 된다. 지켜 보기에도 참담한 일들이 연출되곤 한다. 상대를 잘 안다고 덤비면 덤빌수록 왜곡된 시각은 뒤틀려지고 종속적 관계를 구상하려는 헛발질이 여념없이 이어 지는 추태가 딱하다.

서로를 잘 알아간다는 것은 징검다리 건너듯 신중하게 집중해야 할 일인데 일방적으로 관계를 구상해서 상대를 장악하려 한다거나 휘두르려는 행위로 극한 상황으로 전개되기 전에 상대가 가진 삶의 가치관을 먼저 파악하고 간파해 간다면 자연스레 호감을 갖게 되고 신뢰의 단계로 발전해 갈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의 밀접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적 접근법이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경로로 서로에게 온기가 전해지는 은은한 관계 적립을 이루어내게 될 것이다. 서로를 알아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이 끝날 무렵에나 모든 것을 밝히 보게 되며 지푸라기 같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될까.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 풀어가야 할 과업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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