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수필] 그 하룻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12-27 11:28:21

수필, 박경자(전 숙명여대미주 총동문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박경자(전 숙명여대미주 총동문회장)

 

저렇게  눈떠야  한다 지난 겨울 바람은  매서웠으나

꿈도 흐르기를  멈추었으나

칼잠 얼어 흐르기를 멈추었으나

칼잠 든  끗끗의 피

들판마다 그림자로  떠돌았으나

싹아, 싹아, 어린 싹이

뿌리인 

내 너에게 이르노니

저렇게 웃어야 한다.

웃음으로 웃음으로 구축해야 한다.

지나가는 얼음이  얼음이라고  자지러질게 아니라

사랑이 땅에 하늘을 이어 준다고

하늘에 땅을 닿게 해야 한다고

소리쳐야 한다

소리쳐야 한다. (시, 강은교, 1945년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허무 , 풀잎 다수의 시)

길없는 길을 걸어 왔습니다. 내가 못 다 부른 노래를  어느 시인이  대신 불러 주고  난 듣기만 했습니다. 꽃밭에서는 꽃이 되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되고 초등학교 학생이 되어 웃고 울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서성이다가 서투른 발길이 길을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글을 잘 쓰려하지않았기에 자연의 꽃밭에 숨어 꽃향기에 젖어 그냥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흙 속에  손을 묻고 ‘시우네  명상센터’란 팻말을 꽂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조금씩 선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렇다, 사람도 대지처럼  눈을 떠야 한다. 꽁꽁 언 대지 속 숨어있는 꿈을 깨어 봄이 되면 눈을 부릅뜨고  다시 태어날 새싹을 흙 속에서 키웁니다. ‘어느 힘 센 장사가 꽃을 피울 수 있나요, 오직 사랑만이 꽃잎을 여네’ 꽃들의 노래… 앙상한 겨울 나무는 죽어서야 다시 사는 법을 배웁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사랑의 탄생은 겨울나무가 다시 사는 기다림의 하늘을 알게 합니다. 지구별의 아픔이 이토록 잔인하게 스쳐간 적이 있었을까요.

난 항상  이 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한해를 달려왔습니다. 법정스님 처음 책 ‘서있는 사람들’에서 처럼 도피처를 찾았습니다. 강원도 오두막에서  누군가 버려진 집에 사시는 스님의 글을 읽으며… ‘그들에게는 달력을 걸어 둘  벽이 없다. 꿇어 앉아 마주 대할 상이 없다. 그들은 구름 조각에  눈을 파느라 지상의 언어를  익혀두지 못한다. 그들은  뒤늦게 닿은 사람이 아니라 너무 일찍 와버린 길손이다. 글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당했을때 ‘도대체 나는 누구지?하며 내 존재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민의 터 위에 아틀란타에서 반세기를 함께 사신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지면으로나마 드립니다. 벌써 묵은 한해를 보내면서 부끄럽고 못 다한 일들이 많아 부끄러운 한해였음을 고백합니다. 당신 곁에 머무르면서 작은 목마름이라도 채워 드리지 못한  나의 부족함이여… 그래도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것은 ‘당신의  따스한 사랑이었습니다.’

 

새날에는

내 마음 하얗게 텅 비워 두고 싶다

길없는 길위에  생의 한 발자국 새기고

새날의 일기는 하늘 물감으로

하늘이 쓰시게 비워두리라.

나의 길은 언제나 작은 점 하나였다.

꿈을 실은 그길은 

거대한 산이요, 바다였다

 

내 영혼의 목마름 바람이 채우고

영원한 어머니 품

대 자연에  내 마음  담그리라

텅빈 들녘에 나가

소리없는 희언의 바람 소리 들으며

나 오늘 영혼의 새옷 갈아 입고

 새 날을  맞이하리라

 

행복은 아주 단순함속에 살고

들꽃들의 웃음 소리

물 흐르는 산골에 발 담그고

나 하늘을 더 자주 보리라

 

새날   

삼백육십오일

뜨거운 신의 축복, 그 시간의 선물

 

바다의 젖줄 문 푸른 파도처럼

기쁨 넘치는  자유함 누리며

나 오늘

새 길을 가리라   (시, 김경자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