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California San Diego 의과 대학에 다니는 막내딸 Lauren(권민정)의 졸업식 때문에 아내와 함께 San Diego행 비행기를 탔다. 우리는 어릴적 소풍갈 때처럼 가슴이 벅차도록 기뻤다. 1974년 미국에 도착했을 때 9살, 7살, 5살이었던 3남매는 그동안 부모따라 수없이 학교를 옮겨 다니며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하고 적응해 주었다. 아들 Douglas(홍석)와 큰딸 Jeana(희정)는 법대를 졸업해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고 막내도 졸업을 하게 됐으니 어찌 감개가 무량하고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74년 이민을 왔을 때 미국이 싫다고 친구도 없고 말도 못하는데 왜 여기서 사느냐고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울고 불고 떼를 쓰던 막내딸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게 된 것이 꿈만 같다. 막내 Lauren은 사교적이지만 할 말은 다하고 겁도 없고 자기 주장이 강했다. 한때 사립학교에 다닐 때는 전교에서 1등을 했고 너무나 성적이 월등해 보이지 않는 백인학생들의 시기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학교로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게 된 후 공부를 등한시하게 되고 휴스턴으로 이사를 한 후에도 공부에 흥미를 잃어 학교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머물게 됐다. 게다가 2학년말 또다시 애틀랜타 Riverdale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게 됐다. 그런데 휴스턴 학교에서 성적이 중하위권에 속했는데 Riverdale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속하게 됐다. 원인은 휴스턴과 애틀랜타의 교육 수준의 차이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막내는 다시 공부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나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고 졸업식 때 우등상을 타고 Emory 대학에 진학했다. 4년 후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그만두고 1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대학원을 가겠다고 해 참으로 난감했다.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 3남매들의 교육을 특별히 잘 돕고 지도하지는 못 했어도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고심 끝에 막내에게 너의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 그 대신 1년 후 대학원을 가겠다는 약속은 지키라고 했는데 1년만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대학원 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 여러 의과대학으로부터 합격과 동시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너무나 예상 밖이라 감격이 넘쳤다.
졸업식날 아침 지도교수가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 2명을 아침식사에 초대를 했는데 우리도 초대가 돼 함께했다. 교수가 직접 요리를 하고 제자들에게 축하선물까지 주면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교수들과 한국교수들을 비교했다. 졸업식장은 극장식 강당인데 졸업생들은 무대 밑에 있고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들은 무대위에 있는데 그 중에 막내딸 Lauren이 있다. 우리 부부는 가슴이 벅차고 기뻐 눈물이 나왔다. 동양학생은 막내 하나뿐이다.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최고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