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행복한 아침] 얼굴 서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4-08 08:10:35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시니어 아파트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 거실을 카페 삼아 모임 장소로 제공돼 온 지 오래다. 방역 지침으로 방문객 제한이 시작되자 파트락 메뉴로 파빌리온이 있는 공원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듯 평온한 만남 조차도 시샘한 오미크론 역습으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들어서고 스산한 겨울 추위가 물러갈 즈음에 긴 공백을 떠밀어 보내고 ‘우리 카페’ 식구들 모임이 기지개를 켜게 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카페 가족들이 따뜻한 문안을 나누느라 분주한 것 같았는데 문득 ‘어머 못 뵙던 동안 예뻐지셨어요’ 갑작스런 엉뚱한 칭찬을 듣게 되다니. 칭찬에 약한 주책머리 발동으로 얼른 차에 올라 거울을 본다. 여전히 수준 미달에 나이든 얼굴인데 갑자기 예뻐졌을 리가.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는 고수해 온 것 같은데 남은 날 동안 어떠한 표정을 담고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나이 들어버린 굳어진 얼굴이라 다듬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것인데 그저 그립고 미워할 수 없는 얼굴이고 싶다.

나이 탓인지 사람을 만나고 얼굴을 대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추 짐작이 간다. 살아온 내력이 표정에 나타나 있고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생각과 소양까지 읽어진다. 잘 생기고 덜 생긴 범주가 아닌 눈매나 말소리 격앙에 따라 살아온 잔재가 엿보인다. 뒷모습이나 앉고 서는 작은 동작 행동거지에서도 살아온 분위기가 드러나기도 한다. 

안정되고 편안해 보이는 분은 이기적으로 영악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심는 대로 거두는 신의를 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을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낸 눈빛은 평온하고 안정돼 있기 마련이니까. 활기차고 밝은 얼굴은 건강까지 자신이 있어 보인다.

아침 저녁 무심코 거울보기를 하지만 갈수록 세월 나이테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눈가 주름이 정겹게 보였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세월을 묵묵히 관조해온 주름이 생을 발효시키고 숙성시킨 흔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정직과 성실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실망과 투정이 분화구 사구 마냥 새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인생살이가 기록된 살아있는 기록장이 따로 없다 싶다. 찰나의 삶이 꾸밈없이 기록되어 있으니까. 얼굴은 인격의 심상이며 신원을 보증하고 대외적 명분 표 간판으로 인생 패스포드에 버금간다.

얼굴 표정에서 진실됨과 거짓된 심리를 파악하게 되지만 환심을 사기 위해 표정을 조율하는 극기 기술을 가지고 순박한 척 표정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권력과 재물 맛에 길들여져 카멜레온처럼 변패되는 것 또한 보아온 터였으니까. 신실한 도덕성과 인간다운 양식을 지녔다면 부끄러움, 수치심이 얼굴에 아무런 구사없이 있는 그대로 떠올라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지만 표정만은 진실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세상은 갈수록 표정만으로 진실 여부를 가려내기가 오리 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속 사람이 지니고 있는 순수함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은 값지고 신실한 삶을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얼굴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담고 있기에 순간적으로 표정을 급조할 수 없음이요 아무리 분장 수준의 화장을 덧칠한다고 해서 표정을 조정할 수는 없는 것. 가식 없는 순수한 표정을 지니신 분들은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평소 심도 있는 자아 다스림이 삶의 바탕이 되어지고, 사랑으로 주변을 섬기며, 겸손과 지혜로 신실하게 내면을 가꾸어 왔기에 바람직한 모습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은은하게 지혜로움이 새겨져 있는 순수한 표정들을 주변에서 자주 만나 지기를 소망해본다.

나이 들어갈수록 존경 받는 얼굴이 되지 못하고 쓸모 없는 낡은 얼굴임을 깨달아가는 일은 마음 아픈 일이다. ‘태어날 때 얼굴은 부모가 만들어 주었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얼굴은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표정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는 말이 얼굴 서시를 제대로 써가며 살았는지 짐짓 부끄러움을 일깨워준다. 링컨 대통령이 남기신 명언이 새삼스레 무겁게 다가온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