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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고운 말의 씨앗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3-04 07:49:3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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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세계는 지금 현란한 말의 연회장 같다. 언어학적 성찰을 토대로 대중의 격에 바루어 발췌된 올바르고 순전한 말이 세상을 이끌어 가야할 터인데 기후 재해에 벋지르듯 말의 오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오염 속도조차 파국 지세다. 말은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말로써 인격을 가늠하며 인품의 무게를 헤아림할 수도 있게 된다. 말이 증서였고 약속이었던 옛 시절에 비하면 갈수록 말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고국은 변화무상 연일 쏟아지는 네거티브 홍수로 난형난제 끝모를 미로를 만들고 대선 후보들은 정치 공약을 빛나게 남발하지만 아무리 부피가 커도 솜처럼 가벼운 말이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말은 삶과 일치했을 때 가장 진중해지고 보석처럼 빛나게 된다. 콘텐츠 각종 매체 언어 파괴도 덩달아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하루가 무섭게 변절되고 남발되는 말의 허상이 잠깐의 선거철 시대상이길 바램 해본다.

듣는 이로 하여금 맛깔스러운 재미를 나누면 그만이라는 식의 말들이 아무런 걸림채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각색된 것인지, 신실한 편집 단계를 밟은 것인지, 의아스럽다. 상수도는 물을 정수하는 과정이 있는데 국민들을 위한 말의 거름망 과정은 염두에도 없는 듯 하다. 말을 세정하고 정돈하는 일련의 반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운 우리 말이 비어, 속어, 은어로 혹사당하고 함부로 대함을 받는데도 아무런 견제나 가다듬음 없이 방만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우리 말이 파괴되는 혼란을 겪고 있는데도 말이다. 말은 생각이 담긴 그릇이요 마음이 전달되는 공기 같은 존재로 말을 통해서 생각이 전해지고, 말로 인해서 생각 방향이 결정되고 목적이 달성되기도 하는 것인데 말을 소중히 여기며 사색하거나 관조하며 고찰하려는 사려 깊은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생각이 깊고 폭이 넉넉한 사람은 말이 잘 정돈되어 있는 편이다. 말을 다듬고 지혜로 다스리는 사람 곁에는 말을 아끼고 대화의 조심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말이 거칠고 요란스럽고 함부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미덥지 않음은 물론 진실 여부가 흐린 터라 사람 가뭄을 겪기 십상이다. 

상대가 상처를 입든 말든 자신 소견만이 옳으며 소중하다는 식의 발언을 무차별 뿌리고 다니는 입은 피폐해질 수 밖에. 무심 중에 흘린 말이라도 후회스러움이 떠오를 땐 그 시간과 정황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인데. 삶이 치열해서인지 책임 없는 말로 인한 인성에 미치는 영향력과 말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 조차 간과되고 있는 세정이다. 과도한 경쟁력이 말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외면해선 아니될 소중한 부분인데. 말 한마디 소중함이 작금 세태만큼 절실한 적이 있었던가. 가끔은 아날로그 시대의 소박하고 포근한 말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지혜롭고 선한 말, 고운 말을 지향하며 말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그리운 시대이다. 나이 부피가 더해갈수록 구별된 언어 습관 또한 나이에 비례하는 줄 알았는데 그 예상 또한 적중 율이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것이다. 선한 말, 존경 받을 말들도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살아온 연륜의 연력만큼 말은 아끼고 절제한다면 성숙된 인품에서 풍기는 삶의 향이 짙어질 것인데, 아쉬움에 회의감마저 들 때가 적지 않다. 

말은 소통의 시작으로 고운 말은 배려와 자제, 신중과 온건이 관점이다. 고운 말을 쓰려는 의지에 가중해서 뿌린 말의 실체 만큼 책임있는 행동이 뒤따른다면 한결 더 평화로운 세상을 기대해갈 수 있을 것인데 어쩐지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줄어들지 않는다. 감사의 말을 심어가노라면 감사로 인생을 흠씬 적시게 되고, 고운 말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어느새 아름다운 사람의 대열에 서있게 된다. 고운 말은 고운 사람으로 키워내는 밀알이 되는 것이다. 고운 말은 고운 이웃을 불러들이고, 고운 말은 고운 미래를 불러들이고, 고운 말은 마음의 순정한 여백을 만들어 준다. 고운 말의 씨앗을 심고 거두는 아름다운 습관을 만들어 가기 위해 원유를 정제해서 불순물을 제거하듯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순화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다듬어 갈 수 있는 것이 언어 습관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조신한 말습관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고운 마음이 고운 말을 낳는다. 불의한 말에 요동치 않는 마음이라야 거짓의 유혹도 뿌리치며 고운 말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음이요, 고운 씨앗이라야 빛나는 말들로 혼탁한 세상을 밝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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