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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변두리 길섶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0-15 08:41:25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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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이즈음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오징어 게임이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세계인 시선을 사로잡은 것 만은 틀림없다. 한국 문화계는 K-pop.  BTS, 기생충, 미나리를 통하여 동양 변방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발돋움이 실로 눈부시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왕조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변방에 머물고 있음이 안타깝다. 우리네 미주 한인 사회도 아직은 인종차별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푸대접을 받고 있는 변방이다. 소수민족으로 변두리 커뮤니티에 머물고 있지만 변방 예찬론도 만만치 않다. 변두리는 무한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음이라서 변방의 힘은 세계를 주도하는 자리를 꿈꿀 수 있는 유리한 고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느 단체든 모임이든 일인자가 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인자로 우뚝서야 더 높은 누림을 쉼없이 지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세상 흐름이 어찌 이리 삭막할까 싶다. 변두리 사람으로 보통사람으로 이인자로 남아있으려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진 않지만 반짝이는 모습을 드러내려 발버둥하는 자들보다 평범을 추구하고 공유하려는 자들이 오히려 순수해보이고 존경심이 간다. 적자생존을 유념치 않으며 정직함을 처절할 만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유지하려는 안간힘을 엿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난 체하는 자들의 그늘에는 주눅드는 인생이 있기 마련이요 튀어보려해도 태생이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앞지르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따라 잡을 수 없는 경쟁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보폭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서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노선변경에 도전해 봄직도 하다. 평범을 추구하고 변두리면 어떠리, 따근한 차 한 잔이면 심신이 평안해지는 것을. 죽기살기로 덤비는 세상에게도 무조건 항복하게되고, 변두리도 상관없으매 누군가 힘껏 밀쳐내더라도 ‘괜찮아, 변두리면 어때’ 툭툭 털어내는 아름다운 용기를 지닌 담력이 자랑스러운 것을. 어쩌면 변방이 더 빛날 수도 있음을 한국 문화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입지조건이 좋은 곳보다 변두리나 소외된 지역에서 큰 리더로 성공하는 확률이 높다는 통계보고가 있다. 유능한 인생들이 몰려사는 곳을 사람들은 축복의 땅으로 착각하고 문턱이 닳는 반면 변두리는 인기 같은건 상관 없는 길섶 같은 삶이지만 분망한 도심거리보다 한가한 변두리 길섶엔 산뜻한 가을 바람 같은 사유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기에 변두리 문화가 꽃을 피워내는 연유를 알 것도 같다. 전쟁터처럼 서로를 향한 삿대질로 비방하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악다구니가 범람하는 세상이다. 일등은 오로지 한 명뿐이고 그 다음은 일등이 아닌 자들로 몰아간다. 일등에 설 수 있는 자는 희귀하지만 일등이 아닌자는 일등을 제외한 모두라며 일등을 해야만 빛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인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대목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반짝이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불빛도 휘황하고 북새통을 이루지만 변두리일수록 불빛 또한 희미한채 인적도 드물고 한산하다. 변두리는 낡고 삐걱대며 궁뚱망뚱 옹기종기 모여산다. 애환을 안고 살아가는 민초들은 어차피 변두리 인생이라서 아예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변두리가 가히 그리 좋은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 것은 빛나는 자리에서 밀려난 것 같은 초라한 느낌이라서 선뜻 선택하려거나 계속 머물려고는 하지 않는다. 지역적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해서 홀대해선 아니 될 것인데 언제부터 누가 구획한 것인지 힘있는 자들은 저들끼리 어울리고 소외 된 자들은 저들끼리 부비며 살아가고 있다. 보석 같은 인생의 꽃을 피워내는 곳은 중심지보다는 변두리에서 향내 짙은 휴먼 스토리가 피어난다. 가장자리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쉬운 지역적 가변 외곽이라는 불편을 떠올리게 되지만 현대인 허기를 보듬어 주는 곳은 변두리든지 도심을 벗어난 근교에서 이루어진다.

변두리는 모자람이 보통이고 범상이 무난하고 심상하다. 엔간한 인생들끼리라 드나드는 울타리 또한 변변찮아서 더욱 마음에 든다. 예사롭고 평온한 자세로 녹록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비범하지 않아도 되고 유별나지 않고 특이하지 않아서 좋다. 변두리 삶은 고만고만 투명하다. 스스로를 내려놓는 마치 소외된 영역 같기도 하지만 생존경쟁 패잔병처럼 속내까지 비워낸 자투리 생을 이어가고 있는 인생들이라서 한 없이 평화롭다. 변두리 길섶에는

소외와 허기,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인내와 견딤이 옹골차게 빈 마음들을 채우고 있기에 잘난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것이 아닌 여유와 평화가 고여있다. 변두리 문화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변두리 인생들을 알아볼 줄 아는 시대상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람이 그리워진다. 눈물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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