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보석줍기] 벌써 4년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0-05 09:52:21

보석줍기, 조장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조장현(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네비게이션의 안내 방송을 들으며 쥬위시 타워 아파트 골목을 들어설 때 우리 내외는 침묵으로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내 어쩌다 노인 아파트를 찾아 전전긍긍 헤매야 하는지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여러 친구들과 지인들이 위로하며 전해주는 경험담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우리 부부의 거처를 찾아 헤맨 것인데 이제 우리가 들어갈 순서가 되었다하여 방문하려는 것이다.

20여 년 전 자식 3남매 가족들을 앞장 세워 행복한 미국 이민생활을 꿈꾸며 이민 가방을 꾸리던 그날부터 고생스러운 이민 생활을 함께 견디어 가며 훗날을 기약했던 지난 날들이 이제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뉴욕에서 버지니아, 그리고 애틀랜타로 이어졌던 이민 생활의 수많은 사연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자녀들의 신분 문제로, 손주들의 육아로, 거기에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자녀들을 위해 버텨내며 힘들게 일했던 시간들을 이제는 다 접어야 한다.

쥬위시 타워 아파트에 방문해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 분을 만났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인 주민들이 거의 우리 부부와 비슷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며, 이곳에 정착하여 살게 되면 불편했던 자식들과의 관계도 풀어지고 내 응어리진 마음도 녹아질 것이라 위로의 말을 건네 준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하나씩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안정을 갖게 되던 중, 입주 후 2달 만에 처음 방문한 아들 내외를 배웅하는데 왜 이리 날아갈 듯 홀가분한지… 그 다음날 아들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약속하여 오랜만에 손녀들과 해후를 하였다.

역시 자식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할머니 반찬이 먹고 싶다는 손녀의 말을 들은 그 다음 날부터 사들이기 시작한 음식 재료로 별별 반찬을 만들어 대는 것이 아내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는 끝없이 장을 봐 오는 우리 집이 음식장사하는 집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가 되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벌써 4년여가 된다. 그간 한 아파트에 사는 한인 주민들과 간단한 인사 외에 가까운 교류가 없었는데 이제는 두루두루 관심을 갖고 돌아보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새로운 기지개를 켠다.

 

[보석줍기] 벌써 4 년여
[보석줍기] 벌써 4 년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

케빈 김 법무사   미국 국무부 국립비자센터(NVC)는 매월 15일을 전후로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를 발표하여, 각 이민 비자 카테고리별로 접수 가능일(Fili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썬박 벌레문제로 상담하시는 고객들 가운데에는 아파트나 콘도에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페스트 컨트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김인구 변호사 질문 1. 트러스트가 뭔가요? 종이위에 써진 문서 아닌가요? 회사처럼 여러 경제활동을 할수 있는 법적인 존재 아닌가요?기본 성격: 종이 위에 작성된 문서가 맞음. 그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한국의 50년이 넘은 지인 장 0 0로부터 받은 해 저물녘의 아름다운 영상에 환호하고 있다.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장관은 참으로 경이롭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