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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길 위에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24 14: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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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우산을 놓을 수 없는 날씨였는데 하늘이 대기권 너머에 까지 뚫려버린듯 쾌청하기 이를데 없이 맑다. 날씨가 건네주는 설레임에 무작정 정한데 없이 길을 떠나고 싶었는데 우리집 할배가 흔쾌히 길을 나서주었다. I-85 North로 길을 텄다. 창을 열고 달려도 될 만큼 바람이 신선하게 상쾌하다. 주 경계를 벗어나 South Carolina로 들어서면서 조지아 차량 번호판을 만났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운전대를 잡으신 할배가 가볍게 클랙션 경적으로 인사를 나눈다. 생면부지의 만남인데도 클랙션으로 화답을 보낸다. 창을 열고 인사를 나누고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참을 달렸다. 길 위에서 만난 짧은 조우를 나누고는 다음 EXIT에서 내릴거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서서히 출구쪽으로 차선을 옮긴다. 서로 손을 흔들며 “Have a Good Day”를 외치며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길 위에서 만나지는 낭만이다. 마음이 날아오르듯 상쾌해진다. 도심에서의 해후도 이랬으면 좋으련만.

도심에서의 일상은 천지사방 돌아보아도 오직 생존만이 인생들 앞에 우뚝 서 있는 것처럼 어디에도 운치있는 여유을 탐할 수 없다는,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다는 넉두리가 푸념을 털어내듯 흔히 들리곤 한다. 팬데믹 여파라는 우격다짐이 아직은 유효하겠지만 조촐함 속에서도 생동감있는 운치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마음의 결을 다듬어가는 것을 지레 포기해버리는 민초들의 삶이라 규정짓지 말았으면 싶다. 행동 반경 상황을 규격 속에 우겨넣으며 운치라는 단어조차 외면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운치란 그리 대단하거나 어마어마하고 난공불락이 아니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아서도 아니요 일상이 혀용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작은 피크닉 소쿠리에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소소한 먹거리를 담고 시집 한 권을 끼워넣고는 가까운 신록을 찾아나서면 운치의 조형미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산길에 들길에 피어난 은은한 들 꽃 송이에서도,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으로 쾌청한 하늘을 우러르는 것으로, 손수 가꾸는 정원에서도 얼마든지 구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하기사 들꽃같은 웃음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긴 하지만, 희노애락을 초월한 무념무상이 아니어도 된다. 향긋한 신록 내음에 취하고 인적없는 산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쉽게 풀려나고 나풀나풀 날아오른다. 특별하거나 따로 준비된 마음이 없다고, 세상이, 코로나가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마냥 움추린채 삶을 향한 눈흘김에 묶여 있다해도 자연은 여전히 계절을 실어나르고 조형미를 나열해 가고 있다. 정직한 짙푸름으로 단조하던 풍경들이 천지 아름다운 색감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어느새 이 모두 내려놓고 외롭고 긴 고요속으로 접어든다. 자연의 운격에 함께 동승할 수 있는, 교감할 수 있는 묵언의 나눔을 열어간다면 삶의 운치는 더 없이 풍성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도심을 떠난 길 위에서 운치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덜컹거리는 비포장 숲길을 지나다가도 짜임새있는 정취로운 정원을 만나면 카메라에 담아도 되는지 낯선 주인을 불러내기도 한다. 길 위의 조우는 우연한 해후를 만들기도하고 맑은 인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음악이 되어 흐르는 자연 속에선 얼마든지 운치를 불러들일 수 있지만 빌딩 숲에서는 아무래도 운치로움을 즐기기에는 멋과 풍치가 덜한 편이다.

갑자기 질주하는 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비포장 도로인지라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고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뜻하지 않은 한가한 고요를 빼앗긴 것이다. 뿌연 먼지 사이로 도심의 분탕질이 떠오른다. 모사를 꾸미고 계략을 휘둘러야 사람 사는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무리들은 번번히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을 노략질 대상으로 삼으며 분별력 없이 회유와 조작으로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한 쪽이든 빌붙어야할 것 같은 통속적인 비루가 몸서리쳐지고 이도 저도 싫고 이꼴 저꼴 싫은 사람은 유배를 택하든 왕따를 자처하는 길만이 살 길이다. 

흙먼지 난동에 시야가 가려지면 영생의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인데. 한동안 차를 세워두고 흙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떠오르는 사념에 마음을 맡겨본다. 팬데믹 사태는 칩거의 불편을 겪게도 했지만 신대륙을 발견하듯 놀라운 혁신을 끌어내기도 했다. 온 인류가 함께 앓으면서 서로 연민과 위로자가 되기를 자처한 것 만으로도 충분한 인류의 기품있는 운치라 여기고싶다. 노을이 잦아들면서 길 위에 바람이 인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부디 팬데믹으로 인해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며 작은 운치나마 놓치지 않기를 소망 삼으며 노을의 운치에 실려 길 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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