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와 함께 신선한 봄의 서곡을 듣고 있다. 빗속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습기를 머금은 새로운 생명의 숨결과 봄기운을 호흡하고 있다. 어느덧 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나 보다. 숲의 생명력이 분출되는 새봄이 열리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오래 갇혀서 삶이 생기를 잃었던 인내의 시간이었기에 어느 해의 봄보다 봄을 맞는 마음이 새롭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삶을 창조해나갈 회복의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의 아름다움, 평화가 깃든 삶의 경쾌한 리듬을 체험하는 봄날이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봄을 맞는 탄성은 경이로움에 찬 역동적인 세계일 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5 F major op24) “봄”(Spring)은 후세의 사람에게서 붙여진 곡명이지만 봄을 연상케 하는 곡 내용의 이미지와 흡사해 적절한 곡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나타 악장의 형식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프링 소나타는 유일하게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곡 전체적으로 봄날의 시정과 밝은 표정을 맑은 음색으로 싱그럽게 노래하는 가장 뛰어난 곡이다. 제1악장은 바이올린의 풍만한 음색과 피아노의 투명한 울림이 봄의 뉘앙스를 충분히 살리면서 화려한 이중주로 약동하는 봄의 향기로움을 마음껏 노래한다. 봄을 맞는 따뜻한 감정의 표현이다.
헨리크 세링(Henryk Szeryng)의 바이올린과 잉그리드 헤블러(Ingrid Habler)의 피아노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하모니의 절정을 이루어 내는 절묘한 앙상블은 가히 환상적인 연주이다. 제2악장은 봄날의 미풍처럼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봄의 한가로운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 평화스러운 정적, 아련한 동경과 몽환적인 세계의 희열을 현란한 색채감의 환상적인 이중주로 담뿍 담아내고 있다.
제3악장은 활기차며 내면의 뛰노는 열정의 분출과 스케르죠(해학, 익살스러움)는 사믓 흥미롭다. 제4악장 재현부에서는 피아노의 주선율에 의해 싱그럽고 발랄한 표정이 다시 살아나며 무르익은 봄의 서정과 낭만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곡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새봄을 맞는 해맑은 영혼의 소나타라고 할까? 코로나로 지친 영혼을 소생케 할 영혼의 햇살이 빛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삶의 목적과 가치를 추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캐는 노력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되리라.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세속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면에 드리우지 않고 봄날의 미풍이 스치는 것처럼 유연하게 지나간다.
영혼의 만족을 주는 진정한 기쁨이 있기 때문에 온화한 성품을 지닐 수 있게한다. 삶의 신념에 의한 통찰력과 체험, 정직함과 성실성으로 진실한 삶을 쌓아가는 모습은 영혼과 내면을 그윽하게 채우는 삶의 긍정과 균형을 이루는 치열한 성찰이 따른다. 영혼과 내면이 하나 되는 엄청난 기쁨을 선사한다. 영혼의 맑은 햇살이 열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참신한 마음에 깃드는 환희의 순간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타인의 벌거벗은 영혼과 내면이 황폐화 된 모습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 모습이 어쩌면, 투시경에 비친 나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하리라. 그러면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관용의 단계에 이르러 수용하게 되고 지혜의 빛으로 자신의 영혼을 투시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 이러한 삶의 원리와 부드러운 적용이 타인을 편안하게 하며 자신도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되리라. Peace Maker가 되어 지혜를 발휘하는 순수한 모습이 이러하리라. 오랜 세월의 부침에서 마음의 순수성을 잃지 않았던 것은 영혼의 밝은 햇살이 빛나는 날을 꿈꾸어 왔던 열정 때문이다.
이제 비가 그쳤고 멀리 숲 위로 맑은 하늘이 열리고 있는 순간이다.
무지개가 걸렸으면 좋을 것 같은 활짝 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