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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샌더스의 벙어리장갑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2-15 10:10:35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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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내가 유명해져있더라” -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이 한 말로 기회 있을 때마다 인용되는 명구다. 귀족청년이었지만 부채, 스캔들 등으로 삶이 평탄치 않았던 바이런은 1812년 출판한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 초판이 사흘 만에 다 팔리면서 일약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스타가 되고, 갑자기 유명해지는 일은 가끔씩 일어난다. 예를 들면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취임식에서 엉뚱하게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같은 일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모두가 성장을 하고 참석한 취임식장에서 동네 마실 나온 할아버지 차림의 인물이 AFP 사진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두툼한 겨울잠바 차림에 파란색 마스크를 끼고 눈을 내리깐 채 뭔가 딴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은 취임식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은 양손에 낀 커다란 벙어리장갑.

 

어린아이도 아니고 80 다 된 상원의원이 벙어리장갑이라니 ~ 네티즌들은 ‘재미있다’ ‘샌더스 답다’며 소셜네트웍에 사진을 올렸고 샌더스는 순식간에 온라인 스타가 되었다.

 

아울러 스타가 된 것은 벙어리장갑과 젠 엘리스라는 여교사. “저 장갑 쿨 ~ 하네” 하며 너도 나도 장갑을 찾았고, 찾다 보니 장갑은 버몬트의 초등학교 교사인 엘리스가 손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엘리스는 몇 년 전 헌 스웨터와 재활용 플리스 천으로 벙어리장갑 만드는 재미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면서 그중 한 켤레를 당시 캠페인 중이던 샌더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장갑이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서 자신도 덩달아 유명해진 사태를 그는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유명해지는 일이 생긴다고 했을 때, 그게 이것(장갑) 때문이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기는 돈으로 연결되는 법.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샌더스의 사진과 벙어리장갑은 버몬트 지역 자선단체들에 예기치 않은 기금모금 효과를 안겨주었다.

 

우선 샌더스 참모진은 취임식장 샌더스의 모습을 담은 후드티와 티셔츠를 제작해 지역구인 버몬트 자선단체 지원에 나섰다. 노인들에게 식사제공 사업을 펼치는 밀스 온 윌스(Meals on Wheels Vermont) 등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이미 거의 200만 달러가 모아졌다. 팬데믹으로 노인들이 고립되고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샌더스가 예상치 못한 스포트라이트의 순간을 기금모금의 기회로 활용한 것에 밀스 온 윌스 측은 감사를 표했다.

 

한편 장갑을 사겠다는 주문이 쇄도하자 엘리스는 일단 가지고 있던 장갑 세 켤레를 지역 비영리단체에 기부했고, 경매를 통해 근 2만 달러가 모금되었다. 그리고는 곰 인형 전문 제작사인 버몬트 테디베어가 엘리스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장갑 수요는 치솟고, 교사로 일하는 엘리스는 장갑 만들 시간이 없으니 자사가 장갑 제작을 맡겠다는 제안이었다. 엘리스는 기꺼이 장갑 패턴을 내어주고, 이익금의 일부를 위독한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에 기부한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장갑을 제공하고, 기부도 하고, 돈도 벌 테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그는 기뻐한다.

 

“친절이나 시간 등 뭔가를 남에게 베풀고 나면, 그건 언제고 기쁨으로 되돌아온다”고 엘리스는 말한다. 지금 그 사실을 넘치게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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