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의 주인공인 톰 소여는 이모로부터 담벼락을 페인트로 칠하라는 벌을 받는다. 긴 고민 끝에 소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짜낸다. 페인트칠을 일이 아닌 놀이로 둔갑시켜 친구들을 유혹하기로 한 것이다.
페인트칠을 하는 자신을 가엽게 바라보는 친구들에게 소여는 우리 “또래들에게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냐”며 즐거워 죽겠다는 듯 휘파람까지 불어가면서 일을 한다. 소여의 꼬드김에 넘어간 친구들은 소여에게 ‘뇌물’(?)까지 줘가며 앞 다퉈 페인트칠에 나선다. 고된 노동을 재미있는 일로 둔갑시켜 친구들이 자신을 즐거운 마음으로 돕도록 만든 것이다.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람일수도 있고 톰 소여의 친구들이 맛보고자 했던 재미일수도 있다. 또 물질적 보상일 수도 있다.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인센티브는 돈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다. 그래서 강한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자극을 주기 위해 금전적 인센티브가 많이 동원된다.
그렇다면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동할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 금전적 인센티브라는 문제의 미묘함이 있다. 돈을 인센티브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 경우로 많이 인용되는 것은 이스라엘에서 실시되는 ‘기부의 날’ 행사에서 확인된 사례이다. 매년 고등학생들은 암을 연구하거나 장애 아동을 후원하는 자선단체들 후원금을 모으려 집집마다 찾아다닌다. 행동경제학자들은 고등학생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줄 경우 모금액이 늘어나는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를 주어야 효과가 최대화될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첫째 집단에게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가능한 열심히 모금을 해달라고만 당부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모금한 기부금의 1%에 해당하는 액수를 기부금이 아닌 다른 재원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집단에게는 10%의 보상금을 약속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은 집단은 첫 번째였다.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만이 동기의 전부인 학생들이었다. 금전적 보상을 약속 받은 학생들은 이런 동기가 약해지면서 금전적 보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순수한 동기 학생들에 이어 그 다음으로 모금을 많이 한 집단은 10% 보상을 약속받은 학생들이었다.
기다리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당국과 의료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백신을 불신하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백신접종을 거부하거나 꺼릴 경우 백신의 효과적인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신접종 참여가 이슈로 떠오르자 일부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접종참여 유도를 위해 접종받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그러자 인센티브의 효과를 연구해온 많은 행태경제학자들은 이 아이디어가 시행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돈을 줄 경우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으려던 ‘이타적인’ 백신접종 희망자들의 동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백신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에게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자칫 백신접종을 “이렇게 해서라도 유도해야 하는 위험이 뒤따르는 행위”로 잘못 인식시켜 오히려 이를 더 꺼리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도 나왔다.
톰 소여의 스토리와 이스라엘의 실험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참여와 노력을 이끌어 내는 데 돈 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동기가 얼마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먹이만 주면 인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실험실의 쥐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