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수군통제사’- 경상, 전라, 충청, 삼도의 수군을 지휘, 통솔한 삼남 지방의 수군 총사령관이다. 조선시대의 이 직책과 관련해 먼저 떠올려지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삼남지방의 각 도의 수사(水使)간의 원활한 지휘 체계 일원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자 조선 조정은 1593년(선조 26년) 삼도수군통제사라는 관직을 신설하고, 왜 수군을 크게 무찌른 전라좌수사 이순신을 겸직으로 임용한 것이 이 제도의 시초다.
삼도수군통제사 지휘 본부인 통제영은 이후 1895년(고종 32년) 폐영될 때까지 300여 년간 존치되어왔고 그 동안 거쳐 간 통제사는 208명에 이른다.
전시에 임시로 만들어진 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은 전란 이후 상설 직이 되면서 조선 군부의 최고 요직으로 자리 잡는다. 전쟁 직후 통제사 휘하 병력만 한 때 30만으로 전해지듯이.
일본침략의 쓰디쓴 교훈을 통해 세워진 것이 이 삼도수군통제사의 통제영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이 통제영의 존재는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 일본의 실력자로 부상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체제유지에 이용된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승리를 거두면서 사실상 확고부동한 패자의 자리에 올라 에도 막부를 세우는 발판을 다지게 된다.
그러나 도요토미 가문을 따르는 파벌의 준동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정황에서 도쿠가와 막부가 툭하면 제시한 것이 조선이 임진, 정유년의 복수를 위해 쳐들어 올 준비가 돼 있다는 위기론이다. 그 근거로 삼도수군통제사 휘하의 막강한 조선수군을 제시했었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북풍(北風)’이란 말이 서울과 부산 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랜만에 등장해서다. 야당이 대북 원전(原電) 의혹을 제기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고 비난하며 과거 보수 정권의 북풍조작에 빗댄 것이다.
북풍의 요체는 무엇인가. ‘공포는 충성심을 보장한다(Fear ensures loyalty).’- 이 한 센텐스가 그 답이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선거에 이용하는 거다. 주로 한국의 보수진영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이 같은 선거 전략이 북풍으로 불렸다. 그 북풍은 세월과 함께 약발이 떨어진지 오래다. 너무 자주 써먹다보니까 양치는 소년의 늑대 이야기 같이 됐다고 할까.
북풍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를 겪는다. 북한과 화해무드로 접어들면서 북풍은 보수진영보다는 진보좌파의 새로운 여론몰이 전략무기로 자리 잡게 된 것.
문 대통령의 지지가 떨어진다. 그 타이밍에 김정은과의 회동 가능성 뉴스가 전해지면 지지율이 급속히 오르는 데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이.
거기에다가 또 다른 새로운 전략도 도입됐다. 이른바 ‘일풍(日風)’이다. 죽창가를 불러댄다. 안중군 의사를 불러낸다. 그도 모자라면 토착왜구론을 펼친다. 그러면 지지율이 오른다.
이 일풍의 요체는 무엇인가. 편 가르기다. 보수우파, 반대세력에게 ‘친일파’ ‘토착왜구’ 프레임을 씌워 지지세력 결집, 더 나가 확장을 꾀하는 거다. 이 일풍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상당히 재미를 봤다.
잠잠해지는 중 알았더니 또 다시 일풍이 불어올 조짐이 보인다. 국민의힘이 4·7 재보궐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가덕도-규슈 해저터널’ 공약에 난데없이 친일 논란이 불거져서다.
그러니까 한일 간 해저터널은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친일 공약’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 전략이 잘 먹힐까. 아무래도 두고 볼일 같다. 민주당 내에서도 억지로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