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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모두 나쁘진 않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1-08 09:09:52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시위대는 의사당에 난입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당신들 일이나 잘 하시오.” 비아냥에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 출범을 위한 마지막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다. 우려는 됐지만 예상에서 크게 빗나간 시나리오는 아니다.

 

코로나는 최악이다. 지금 분위기에선 끝이 언제일 지 까마득하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인 듯 하다. 이 고개만 넘으면 여름쯤에는 코로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잘 버텨요!”. 어렵고 부끄러운 때지만 서로 격려하는 것이 새해 첫 주의 다짐이 되고 있다.

 

도전에 응전을 거듭하며 역사는 발전해 나간다고 한다. 어려움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새 세계가 문을 열게 된다. 어렵지 않았다면 필요가 없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100% 좋거나, 100% 나쁘기만 한 일은 드물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지난해라고 모두 나빴던 것은 아닐 것이다.

 

줌 사용이 보편화 됐다. 학교, 직장, 교회, 동호인, 가족모임에서도 줌은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서툰 세대 중에도 줌은 익숙한 이가 적지 않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격 만남은 미래 사회의 한 부분이다. 코로나로 시간이 앞당겨 졌다. 원격 만남의 테크놀러지는 더 편리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옷감 가게는 성황을 누렸다. 가게 앞에 줄을 서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 구석에 치워져 있던 재봉틀이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집들이 생겨 났다. 녹슬었던 재봉 솜씨가 되살아 나고, 내친 김에 앞치마, 집에서 입을 옷 정도는 스스로 만드는 사람도 늘었다. 코로나는 재봉 솜씨 향상을 이끌었다.

 

요리 솜씨도 늘었다. 집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뭐 좀 새로운 것은 없을까. 새로운 요리법도 개발됐다. 일부 유명 식당들은 비밀로 해왔던 레서피도 공개했다. 요리 매니아들의 환영을 받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화상으로 보는 사람 중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이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식구들이 한 식탁에 둘러 앉게 됐다. 대화가 늘어났다. 식당 영업이 제한되고, 바쁘던 사람들도 갈 데가 없어 지자 식탁에 모여 앉게 된 것이다.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늘었다. 식물의 세계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됐다. 버딩(birding), 새 관찰에 재미를 붙인 사람도 늘어났다. 새를 보면서 평화를 느끼게 된다. 세상이 슬로우 모드로 돌아서자 취미생활도 차분해 졌다. 독서 인구도 늘었다고 한다. 외롭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던 보호소의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찾게 됐다.

 

의료진과 마켓과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일하는 필수업종 종사자들이 고맙게 느껴진 것도 팬데믹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집에만 있게 되자 새삼 교사들의 노고를 깨닫는 학부모도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마음 한 구석에 미워했던 사람들마저 그리워 하게 된 것은 코로나 덕분이다.

 

음악회 등 공연과 전람회, 문화행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련할 수도 없고, 힘들게 열려도 막상 찾아 갈 여유가 없었다. 대신 온라인 공연이나 전람회가 줄을 이었다. 준비에 시간과 수고가 드는 작업이지만 바뀐 환경에 적응하면서 덕분에 노하우도 많이 축적됐다. 전에 사라진 드라이브-인 극장과 콘서트가 되살아 난 것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행정부와 상하 양원을 석권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새 정부가 열흘 뒤 출범한다. 한 세기만에 닥친 팬데믹과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상황은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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