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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국의 전문간호사와 미국의 NP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1-20 17:38:42

전문가 기고, 양수진 캘리포니아주 NP 가정의학과,한국의 전문간호사와 미국의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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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의료사태와 관련해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 공표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적극 반대했는데도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간호법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전문 간호사 또는 진료지원간호사라 불리는 Physician Assistant(PA)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한 것이다. 

우선 PA는 간호사에게 붙일 수 없는 명칭이다. 진료지원간호사나 전담간호사도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한국처럼 의사영역의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미국서는 ‘Nurse Practitioner(NP)’라 부른다. 

NP는 예를 들어 마취 간호사 등 Advanced Practice Registered Nurse(APRN) 직군에 포함되는 상급 수준의 간호사를 일컫는다. 진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라는 의미에서 미국의 NP를 차용한다면 일반 간호사나 다른 전문간호사와의 구분도 자연스럽고 또 세계화시대 공통의 용어로 사용하기에 좋을 듯하다.

한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NP의 법제화가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간호학과 의학은 철학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의학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반면 간호학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이처럼 두 영역은 의료접근에 큰 차이가 있고 관심사도 다르다.

그러나 두 영역은 서로 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간호학과 의학의 의료행위 범위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한국 의료계는 그동안 부족한 의사인력과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이제는 수련의사의 부족으로 의료대란이 초래돼 간호계와의 협업이 없이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전국민의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Affordable Care Act’(흔히 오바마 케어) 시행으로 갑자기 의료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미국의 권위 있는 비영리 독립기관인 Institute of Medicine(IOM)은 해결방안으로 간호인력의 활용을 제시했다. IOM의 제안을 수용한 정부는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교육(석사 이상)을 제공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 결과 미국의 NP는 급속히 성장해 현재 40만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NP 라이선스(가정의학 부문)를 취득한 필자는 클리닉에서 하루 평균 15~20명의 환자를 만난다.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주치의)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즉 환자와 소통하고 진료하며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주문하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약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처방을 내린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NP들도 의사와 계약 하에 환자들을 돌보고, 응급실에서는 주로 병원과의 계약 하에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많은 의사들이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NP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NP가 없는 병원이 이상할 정도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NP에 대한 만족도도 기대 이상으로 높다.

한국의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교육 프로그램, 의료범주, 의료 표준, 시험제도와 자격증 관리(Credential), 보험과 보상 등과 관련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체계가 형성돼 있는 미국의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하면 시간과 노력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현지의 NP나 대학 NP 프로그램 교수들의 도움을 구해도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대학에 석사과정을 포함, NP 프로그램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하고 필요한 인력과 재정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양수진  캘리포니아주 NP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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