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삶과 생각] 반시계 방향

지역뉴스 | | 2024-08-22 14:53:47

삶과 생각,정동순,수필가,반시계 방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컴퓨터 창을 닫는 것으로 하루 일이 끝난다. 곧장 산책을 나선다. 산책 코스는 집에서 가까운 그린벨트 지역이다. 블루베리 농장을 끼고 있는 호수 둘레길은 운동 삼아 걷기에 좋다. 바람에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청둥오리들이 한가하게 노닌다. 계절을 알리는 자연의 향기와 더불어 공기가 더없이 맑다. 사박사박 발밑에서 나는 굵은 모래 밟히는 소리가 듣기 좋다.

호숫가에 다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편이든가 왼편으로 꺾인 길을 택해서 호수를 돌게 돼 있다. 혼자 산책할 때, 나는 쭉 직진해서 왼쪽으로 호수를 돌아 나오는 길을 택한다. 어쩌다 남편과 같이 걸으면 남편은 왜 맨날 같은 쪽으로 가냐며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한다. 남편의 말을 따라 다른 쪽 길을 택해 시계 방향으로 호숫가를 돈 적이 있다. 방향 차이로 다소 낯설어진 풍경 때문일까, 습관의 문제였을까? 뭔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반시계 방향을 고집한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늘 경계하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한다고 한다.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양식은 뇌가 복잡한 판단에 수고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선택된다. 그렇다면 내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도 게으른 뇌의 정략적 선택일까. 나는 내 선택의 숨은 동기가 궁금했다.

일상을 되돌아보니 나는 반시계 방향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수학에서 좌표 사분면은 반시계 방향으로 순서가 정해진다. 수도꼭지 트는 방향도 반시계 방향이고, 육상에서 선수들이 트랙을 도는 방향도 반시계 방향이다. 글씨 쓸 때 한글을 쓰는 순서는 어떠한가. 그것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쓴다.

거실에 호야라는 식물이 있다. 하나 같이 지지대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호기심에 줄기를 풀어 시계 방향으로 꼬아 두었더니 다음날 줄기가 엉거주춤하게 돌아서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올라간다. 반시계 방향이 편한 것이 우연히 생긴 집단의 습관이 아니라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시계 방향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돌기에 그 그림자의 진행 방향을 통해 시계 방향을 만들어 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즉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태풍이 부는 방향도 반시계 방향이다. 우연히 생긴 것 같은 습관도 사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철학에서는 왼쪽이 양을, 오른쪽이 음을 상징한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이유다. 왼쪽이 먼저다. 구보 때도 왼발, 왼발을 외쳤었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도 왼쪽으로 도는 형상이다. 무용할 때 춤을 추는 원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

불교에서는 서쪽을 이상향으로 생각했고, 기독교에서는 인간을 에덴의 동쪽으로 추방하였다. 혹시 창조주의 질서에도 왼쪽으로 도는 반시계 방향의 질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관점으로 자연 현상과 사회적 규칙을 생각해 보니 반시계 방향이 나를 편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적도선이 지나는 곳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적도선 위에서 물을 내리면 물은 회전하지 않고 빠진다고 한다. 북쪽으로 몇 걸음 옮겨서 싱크대에 물을 내리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물이 빠지고, 적도선에서 남쪽으로 몇 걸음 옮겨서 같은 실험을 하면 시계 방향으로 물이 회전하며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니 반시계 방향의 원리가 잘 작동 한다고 하는 것도 북반구에 한정된 시각이다.

‘반하다’는 말은 왠지 뭔가 거스르거나 맞선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정반합(正反合)에서처럼 정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 자체는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태극 문양에서 볼 수 있듯이 역동적인 힘의 균형 유지하려는 질서를 본다. 인생의 방향도 그렇지 싶다. 대부분이 어느 한쪽으로 간다고 해서 다른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반대라고 말할 수 없다. 각 개인이 선택한 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어느 길이 맞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정동순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노인회, 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 미션아가페 귀넷 보조금 지원기관 확정

노인회 9만4,657달러, 미션아가페 3만7,840달러 귀넷카운티 정부는 중요한 필요를 충족하는 한인단체 두 곳을 포함 65개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비영리 단체 역량 강화 보조금

자녀 혼자 동네 길 걷게한 부모 체포
자녀 혼자 동네 길 걷게한 부모 체포

자녀들 앞에서 수갑 채워부모“시골마을선 흔한 일" 자녀를 둔 한인들이 미국 이민 초기 시설 겪는 혼란스러움 가운데 하나가 자녀 케어 문제다. 한국과는 달리 일정 연령 이하 자녀를

‘마약 전과자’ 빅뱅 탑, ‘오징어 게임2’ 제발회 불참..은퇴 번복 부끄러웠나?
‘마약 전과자’ 빅뱅 탑, ‘오징어 게임2’ 제발회 불참..은퇴 번복 부끄러웠나?

사진=넷플릭스‘오징어게임2’예고 영상 캡처빅뱅 출신 탑(최승현)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에 불참을 결정했다.넷플릭스 측은 오는 12월 9일(한국시간 기준) 서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아시아계 ‘유튜브’ 가장 많이 본다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설문조사 “93% 이용 경험”페이스북·인스타그램 순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은 소셜미디어 중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0여년 전의 4배”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0여년 전의 4배”

유병률도 14%까지 치솟아 세계 당뇨병 환자 수가 1990년의 4배로 증가해 8억여명에 이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밝혔다. WH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990년

[황당한 보험사기] “곰의 습격으로 차량 피해 입었다” 알고보니 가짜 곰 의상 ‘조작’
[황당한 보험사기] “곰의 습격으로 차량 피해 입었다” 알고보니 가짜 곰 의상 ‘조작’

보험사기에 사용된 가짜 곰 의상.<가주 보험국>   고급차에 고의로 흠집을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한 사기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은 가짜 곰 의상을 입고 주방기구를 이용해

"40대 이후 매일 160분이상 걸으면 기대수명 5년이상 늘어난다"
"40대 이후 매일 160분이상 걸으면 기대수명 5년이상 늘어난다"

호주 연구팀 "활동량 하위 25%가 하루 1시간 더 걸으면 수명 6시간 증가" <사진=Shutterstock>  40세 이후 신체 활동량을 전체 인구 상위 25% 수준으

[트럼프 2.0 시대] 연방정부 대수술… 친환경 정책도 대거 폐기
[트럼프 2.0 시대] 연방정부 대수술… 친환경 정책도 대거 폐기

■ 취임일 무더기 행정명령 준비군대까지 동원해 강력 국경봉쇄스케줄 F 부활 공무원 해고 유력파리협약 탈퇴·전기차 정책 폐지비상사태 선포후‘수퍼관세’부과   “취임 첫날에는 독재자가

환율,‘강달러’ 지속…원화 등 대비 초강세

‘4분기 환율 1,385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345원에서 1,385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