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의 거대축’
USMCA 협정 재검토
전 세계 블록경제 통상 질서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맞물려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역내 가치사슬 강화를 기치로 타결된 이 협정의 빈틈을 파고드는 중국의 이른바 ‘미국 우회 진출’ 전략 속에 당사국들은 2026년 협정 이행사항 검토라는 중요 국면을 앞두고 있어서, 미국 차기 정부 경제 구상이 USMCA 미래 방향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설명자료와 각종 통계 등을 종합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 등 북미 3국은 2026년에 USMCA 협정에 대한 각국 이행사항 검토 및 분석을 진행한다. 이는 협정 유효기간을 16년으로 설정하면서 6년마다 이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에 근거한다.
USMCA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18년 9월 30일 타결된 것으로, 일부 수정을 거쳐 2020년 7월 1일 발효됐다. 이 협정은 시장 효율성 추구, 규모의 경제 촉진, 불확실성 해소 등을 역설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정부의 의중이 적지 않게 반영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 폭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NAFTA를 지목하고 이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료와 낙농 분야 등 그간 서로 의존도가 높았던 시장 개방성을 키우고 원산지 규정을 한층 강화했는데,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 입장에선 자국산 자동차를 연간 250만대 안팎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게 되면서 니어쇼어링(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기존엔 25% 안팎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2026년 USMCA 이행사항 검토에서 뜨거운 감자도 자동차 산업이다.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세운 뒤 생산 부품 비중을 75%까지 늘리고 차체 생산에 필요한 철강·알루미늄 비중을 70%로 맞춰 ‘원산지 무관세 혜택’을 누리는 중국이 USMCA를 대미 수출 관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어서다. 중국산 부품으로 채워진 글로벌 차량 브랜드가 미국에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인데, 예컨대 ‘커넥티드카’에 쓰이는 일부 장치는 중국에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까지 이어지면서 쟁점화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USMCA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약 수정을 벼르고 있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중국이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그들이 우리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약 100%에서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금도 어려운 중국 완성차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중국산 부품을 대거 쓴 차들의 수출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USMCA 원산지 규정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루신다 바르가스 뉴멕시코주립대 국경경제개발센터 부소장은 앞서 지난 4월 미국 싱크탱크 ‘미주대화’에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협정에 삽입된 USMCA의 검토 조항은 조약에 대한 불리한 평가가 있을 경우, 협정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이런 게임에 매우 능숙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