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하반기 소멸”
세계기상기구 밝혀
기온상승 억제 기대
“지구온난화는 계속”
지난해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 기상 환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엘니뇨 현상이 올해 하반기에 소멸하고 그 반대 현상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3일 전망했다. WM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엘니뇨 현상이 종료될 조짐을 보인다”며 “올해 말에는 라니냐 현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고, 라니냐는 그 반대를 뜻한다. WMO 예측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7월 시작된 엘니뇨가 잦아들고 라니냐가 도래할 가능성은 올해 6∼8에 50%이지만 7∼9월엔 60%로 오르고, 8∼11월에는 70%까지 증가한다.
지난해 ‘지구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배경에는 엘니뇨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를 온난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반면 라니냐는 지구 기온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그러나 WMO는 라니냐가 도래한다고 해서 현재의 기후변화 양상이 주춤할 것이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앞서 라니냐가 2020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나타났지만 지구 기온은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WMO는 지적했다. 코 배럿 WMO 사무부총장은 “엘니뇨의 종료가 장기적 기후변화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온실가스의 열축적 효과로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의 기후는 대기에 더 많이 흡수된 열과 수분으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나라에 기상 조기경보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을 WMO가 강조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정확히는 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70~120도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본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기후변화 산물이 아닌 자연현상이다. 엘니뇨는 산업화 훨씬 전인 16세기에 페루 어부들도 알아챈 현상이니 원인이 온난화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준다. 특히 작년 5월 발달하기 시작한 이번 엘니뇨는 최성기 때인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도가 역대 5번째 안에 들 정도로 강했고 이는 올해 4월까지 11개월 연속 지구 표면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물론 엘니뇨와 라니냐가 날씨를 결정하는 단일 요인은 아니다. 다만 엘니뇨가 쇠퇴할 때 동아시아 북부와 북미 서부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중국 중·북부와 북미에서 강수량이 늘어나고 중국 남부에서 강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한편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시작하면 온난화가 누그러질 수 있을까. 라니냐로 ‘냉각효과’가 조금 발생할 수는 있지만 온난화를 상쇄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지구 온도가 역대 3번째로 높았던 2020년이 ‘라니냐 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