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대법원 ‘트럼프 출마제한’ 심리
자신의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고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된다.
연방대법원은 5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지난달 19일 판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소 및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출마 자격을 제한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일 연방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하고 심리를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하도록 한 게 반란 가담 행위라고 보고 콜로라도주의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구두변론을 2월 8일로 잡아 이 사건을 신속히 심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이 오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되고, 콜로라도주 경선이 3월 5일 예정돼 있어 그간 법률학자들은 연방대법원이 이 사안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현재 여러 주에서 콜로라도주와 유사한 판결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의 결정이 이런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이 미국 대선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을 맡으면서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며 이 가운데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심리 기피를 압박하고 있다. 부인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행크 존슨(조지아) 등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5일 보낸 서한에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트럼프 전 대통령 후보 자격 박탈 사건과 관련, 토머스 대법관에 대해 “공정성에 합리적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부인이 1·6 폭동 사태로 이어진 (정치) 이벤트에 상당히 관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재정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들었다.
한편 콜로라도주 판결은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하다고 규정한 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이 반란에 해당하는지, 트럼프 본인이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지를 놓고는 미국 내에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