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계산대 주변 사탕·과자·음료는 업체의 충동구매 유도 전략"
국가나 지역, 매장 종류와 관계 없이 비슷한 상품 진열 방식 중 하나가 계산대 주변에 과자나 사탕, 음료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계산대 가까이 진열된 식음료의 70%가 건강에 해로운 것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제니퍼 팰버 교수팀은 8일 영양학 저널(Current Developments in Nutrition)에서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 새크라멘토, 오클랜드, 버클리 등에 있는 슈퍼마켓, 식료품점, 드럭스토어 등 102개 매장의 계산대 인근 상품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계산대 부근에 진열된 식음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탕(31%)이었고 다음은 설탕이 든 음료(11%), 소금이 많이 든 스낵(9%), 설탕이 많이 든 과자(6%) 등이었다.
반면에, 건강에 좋은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물이 3%로 가장 많았고, 견과류 및 씨앗(2%), 과일 및 채소(1%), 콩류(0.1%), 우유(0.02%) 등이 뒤를 이었다.
팰버 교수는 "계산대는 매장에서 모든 고객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유일한 장소이고 충동구매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식음료 회사들은 계산대를 중요하게 간주해 매장과 계약을 맺어 계산대 주변에 대부분 건강에 해로운 자사 식음료를 배치할 수 있게 공간을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매장의 계산대 가까이 건강에 해로운 식음료가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유발해 제품 판매를 늘리려는 식음료 회사들의 판매 전략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계산대 주변에 진열된 상품들이 시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는 이런 지적을 토대로 202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형 식품 매장이 계산대에서 영양가 높은 제품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하기도 했다.
팰버 교수는 "미국 인구의 대다수가 첨가당과 나트륨 섭취 일일 권장량을 초과하고 있다"며 "계산대 근처에서 무가당 음료와 과일, 채소, 견과류, 씨앗, 콩류, 유제품 등의 판매는 허용하고 설탕과 나트륨이 많이 포함된 식음료를 금지하는 버클리시의 규정은 미국 연방 식단 지침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산대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현재 소비자들은 결제 때 선택권이 부족하다"며 "이 연구 결과가 더 건강한 식음료 선택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식품 소비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