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집중 조명
어머니가 한인인 케빈 램버트씨는 2009년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한국에 왔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늘 따돌림을 받았고 언제나 겉도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CNN은 램버트씨의 사례처럼 수십 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의 자녀가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부모들의 나라 한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에 만연한 인종차별, 총기 폭력, 아시아 증오 범죄에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조상의 고향에서 소속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민 1세들의 역이민 사례도 언급했다. 김무혁(72)씨는 지난 1985년 아내, 두 자녀와 함께 LA로 이민와 식당과 벼룩시장, 금은방, 봉제업 등 여러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 김씨는 2020년 아내와 한국으로 역이민을 와 춘천에 거처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김씨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적절한 의료비용, 한국어 의사소통의 편리함, 가족과의 친밀성 등이다. LA폭동 당시 경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스스로 업소를 지켜야 했다는 김씨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심화된 아시안 혐오 분위기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램버트씨와 김씨의 사례처럼 2020년 기준 한국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은 약 4만3,000명으로 2005년에 비해 2배 늘었다. 한인 1세와 2세들의 역이민이 늘어나는 이유로 CNN은 지난 1999년 한국정부가 자녀들을 포함해 재외동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법 시행,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 2007~2009년 사이에 발생한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취업난 등을 꼽았다.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고 싶다”는 김무혁씨 등 1세들은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반면 정체성을 찾아 한국을 찾았지만 여전히 이방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2세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CNN은 전했다. 한국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완전히 녹아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 램버트씨는 결국 11년만인 2020년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대니얼 오씨는 8년 전부터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는 한국은 처음 왔을 때부터 고향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씨는 그러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중 잣대’를 느낄 때 힘들다고 밝혔다. 어떨 때는 외국인 취급을 받지만, 병원에서 의사의 말을 잘못 알아들으면 “한국인 아니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이민 2세들은 한국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2세 여성들은 한국에서 얌전하지 않고, 페미니스트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선망받는 직업을 갖지 않으면 여성을 만나기가 어렵다. 오씨는 경력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걱정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샌디에고 스테이트 대학의 스티븐 조 서 교수는 “미국에서 ‘완전한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2세들이 부모의 고향에 가는 것을 고려하는 계기가 됐지만 막상 한국에 온 2세들은 한국인이 정의하는 ‘한국인다움’에 부합하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