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해진다. 반대로 살고 있는 집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연방 보건복지부(US DHHS)에 따르면 집이 인간의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수집되기도 했다. 집 설계 방식이나 건축 방식이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잘못된 관리로 인해 실내 공기나 수질이 오염됐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잘못된 주택 관리로 치명적인 질병을 앓은 거주자의 사례와‘건강한 집’ 관리 요령을 함께 소개했다.
집에 숨어있는 곰팡이로 질병 앓는 사례 빈번
‘소화불량^공황 장애’등 인체에 치명적 증상 발생
◇ 누수로 인한 곰팡이로 산송장 신세
콜로라도 주민 제니퍼 필라리는 팬데믹으로 자택 대기 명령이 내려진 2020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전혀 무관한 증상이 그녀를 괴롭혔다. 무릎 통증, 빈뇨증, 피부 발진, 뇌 흐림 증상, 소화 불량, 불면증 등 여러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물론 각종 증상으로 심지어 공황 장애까지 겪게 됐다.
손을 제대로 펼 수 없어 문손잡이를 돌리는 일조차 힘들게 된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그녀의 증상을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즘성 관절염, 통풍, 하시모토병 등 복합 자가 면역 질환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를 거듭해도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자 담당의사는 곰팡이균인 ‘마이코톡신’(Mycotoxin)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 전주인으로부터 집 전체를 리모델링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집안에 곰팡이 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의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몇 달 뒤 그녀는 신장염까지 발생해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산송장이 되고 말았다. 곰팡이균 중독을 의심했던 의사의 말이 생각나 집을 점검해 보니 지붕과 천장 사이에서 누수가 진행되고 있었고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했다. 살고 있던 집을 떠난 뒤에야 그녀를 괴롭히던 증상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현재 지붕 관리 책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집만 떠나면 심한 천식 증세 사라져
리즈 스위니와 그녀의 남편은 아이다호주의 한 주택을 10년간 임대해서 살았다. 그곳에서 사랑스러운 첫째 딸도 낳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천식 증상이 남편과 어린 딸에 찾아왔다. 남편이 평소 앨러지 증상을 앓았는데 천식의 원인도 앨러지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것도 원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딸마저 어릴 때부터 흡입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천식 증세를 심하게 겪기 시작했다. 부부는 딸도 유전적으로 폐가 약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천식 증상 치료에만 집중했다. 부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딸의 재채기와 기침 증상은 점차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됐지만 학교만 가면 신기하게도 천식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부부는 환풍기가 없는 욕실에 항곰팡이제를 사용했고 침실에는 공기 정화기를 두는 등 실내 공기 정화에도 힘썼다. 딸 천식 치료 약 구입으로 매달 약 50달러씩 지출하는 등 치료비도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집주인에게 검은 곰팡이가 의심되니 점검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건물주는 해주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 실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부는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10년 동안 정든 집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부부는 불과 2마일도 되지 않는 곳에 다른 집을 구했고 남편과 딸의 천식 증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기뻐했다. 부부는 그동안 지출한 약물 비용 수천 달러를 전 집주인에게 청구하려고 했지만 이사하기 전 수집한 증거가 부족해 포기하기로 했다. 더 일찍 이사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지만 건강을 되찾은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 실내 공기에서 곰팡이균 다량 발견
매튜 산체즈가 플로리다에 집을 구해 입주했을 때 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으로 직감했다. 가족 모두가 호흡기 질환, 피부 가려움증, 두통 등 전에 없던 증세에 시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점차 늘어날 즈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실내 공기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 맞았다. 테스트 결과 실내 공기에서 곰팡이균, 휘발성 유기 화합물, 기타 오염원 등이 검출됐는데 그것도 고농도였다.
산체즈는 즉시 곰팡이 제거업체를 불렀고 환풍 장치도 교체해 실내 공기 정화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가정용품도 무독성 제품을 교체하는 등 청결한 실내 생활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시간과 비용을 들인 끝에 가족의 건강이 돌아오는 결과를 얻게 됐고 산체즈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실내 공기 점검과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 MERV 13 에어 필터
앨러지나 천식 증상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에어필터에 신경 써야 한다. 실내 공기에 포함된 이물질을 여과하는 것이 에어 필터의 기능으로 높은 등급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실내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설치된 MERV 8 미만의 에어 필터는 공기 여과 능력이 중간 정도로 냉난방 기기를 관리하는 데 적절한 등급이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까지 걸러내려면 MERV13 등급의 에어 필터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MERV13 에어 필터의 여과 능력은 80%~90%로 높아 바이러스, 곰팡이, 박테리아, 앨러지 유발 항원과 같은 미세입자까지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
◇ HEPA 필터 장착된 공기 청정기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집안 전체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식과 방마다 이동식 공기 청정기를 비치하는 방법이다. 공기 정화 시스템 설치 비용은 주택 크기에 따라 500달러~4,000달러 선으로 이동식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비용 부담이 낮다. 이동식 공기 청정기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가 포함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헤파 필터는 여과 능력이 99%로 매우 높아 실내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 정수 시스템 설치
공기와 함께 체내에 가장 많이 흡수되는 것이 바로 물이다. 정수 시스템 또는 정수기를 설치해 유해 물질이 제거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정수 시스템은 집안 전체로 공급되는 수돗물을 여과하는 장치로 설치 비용이 수천 달러로 비교적 부담이 크다. 반면 정수기의 경우 수도꼭지에 부착하는 간단한 제품은 약 30달러 선으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비영리 환경 연구 단체 ‘EWG’(Environment Working Group)의 웹사이트(www.ewg.org/tapwater)를 통해 지역별 상수도 오염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