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기준 연고점 등 상승세, 원화 가치 이례적 약세 지속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하반기에는 반전을 예상하는 만큼 여름 휴가 시즌에 모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환율이 많이 오른 지금 달러 일부라도 환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336.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연고점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이날 환율은 개장 직후 1,340.5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5개월 만에 1,34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2월 2일 달러당 1,220.3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석 달도 안 돼 115원 넘게 오른 것이다.
최근 환율의 특이점은 3월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 원화만 유독 가치가 추락한다는 점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예외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기준 101.45를 기록하면서 연초(104.52) 대비 하락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원화와는 반대 상황인 것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반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다음주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하는데 긴축 완화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준 금리의 경우 0.25% 포인트 인상이 유력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이면서 달러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웰스파고는 “5월 FOMC가 이번 긴축 주기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의 키워드였던 ‘킹달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화의 기본 펀더멘털과 관련 있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도 통화 가치에 영향을 준다. 현재 원화가 글로벌 주요국 통화 대비 부진한 것은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수출난 등 무역 부진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향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무역수지는 하반기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 여행을 준비 중인 한인이라면 지금이 중요한 환전의 기회일 수 있다. 정확한 환율의 고점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경비의 일부를 미리 환전해두는게 좋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인 여행사들은 달러 약세인 상황에서 한국 여행 문의를 하는 한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2분기 중 주요국 통화들과 차별화됐던 부분이 정상화되면서 1,300원 내외 등락 흐름을 보이고 하반기가 되면 달러와 동조화돼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