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879달러로 줄어…‘목돈’ 기대 납세자 실망
“기대했던 것보다 세금환급금이 더 줄어 당황했다.” 남편과 함께 부부합산으로 올해 세금보고를 마친 10년 차 직장인인 한인 김모씨는 올해 돌려받은 세금환급금 액수를 보고 당혹감과 함께 실망했다. 세금환급금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엔 4,000달러 넘는 세금환급금을 받아 냉장고를 새로 장만하고 집 안팎을 수리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했다”며 “물가는 치솟고 렌트비도 오르는 상황에서 믿었던 세금환급금마저 생각보다 줄어들어 현상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김씨 부부 사정은 나은 편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한인 이모씨는 세금환급금은 커녕 오히려 몇 백달러의 세금을 토해냈다. W2가 아닌 1099 양식을 받는 이씨는 평소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제대로 떼어 납부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씨는 “직장인과는 달리 부정기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게 세금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며 씁쓸해했다.
2022년도 소득분에 대한 세금보고에 대한 세금환급금 지급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자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납세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실시됐던 각종 세제 혜택들이 줄줄이 줄어든 탓이다.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며 서민 납세자들에게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세금환급금이 크게 감소하자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생활비 부담에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줄어든 세금환급금은 야속하기만 하다.
18일 AP 통신은 올해 세금환급금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하면서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미국 납세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 국세청(IRS)에 따르면 4월7일 현재 세금보고를 제출해 처리 완료된 세금보고 건수는 1억여건으로 평균 세금환급금은 2,879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175달러에 비해 9.3%나 감소한 수치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앨라배마, 조지아, 뉴욕, 아칸소, 미시시피 등 자연재해 피해로 세금보고 마감일이 연장된 상태여서 올해 세금환급금 규모에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경향 만큼은 상수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올해 세금환급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는 팬데믹 기간 중 적용되었던 세제 혜택들이 환원된 것에서 비롯됐다.
팬데믹 기간 중 확대된 자녀부양세금공제(CTC)의 경우 자녀 1명당 최대 3,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환원됐고, 그 적용 대상도 17세 이하에서 16세 이하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근로소득세금공제(EITC) 역시 최대 1,500달러를 수령할 수 있던 것이 올해는 자녀나 부양가족이 없는 경우 560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프리랜서나 ‘긱 경제’(gig economy) 종사자들의 경우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withholding)를 제때 하지 않아 세금보고 시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세금환급금은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면서 집 수리나 가전제품 구입, 부채 상환 등 생활 경제에서 목돈으로서 역할을 수행했지만 올해에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인 최모씨는 “한번 올라간 물가는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는데 수입은 그대로”라며 “세금환급금으로 마더스데이 선물을 준비하려 했는데 세금환급금이 줄어 경제적 부담과 함께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