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밀린 결혼식 한꺼번에 몰려
올해 가을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으로 결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서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뤘는데 이젠 모일 수 있어 결혼식을 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니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씨의 결혼식 예상 비용은 100명 하객 규모에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였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김씨는 예비신부와 상의해 하객 수를 50명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김씨는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보니 애초 결혼식 비용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객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한숨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여파로 결혼식 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서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재개되면서 수요까지 급증하다 보니 결혼 관련 물가를 끌어 올리는 동인으로 작용하자 하객 수를 최소화하는 스몰 웨딩과 디지털 웨딩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40여년 만에 최고치 물가 상승으로 결혼식 비용이 급등하자 제한된 예산으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부부들은 하객 수를 줄이는 스몰 웨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혼정보 전문업체인 ‘더 나트’(The Knot)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식을 치룬 신혼부부들 중 50% 정도가 하객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혼식당 평균 하객 수는 105명으로 평균 결혼식 비용으로 3만4,000달러를 썼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평균 하객 수 131명에 3만3,900달러에 비해 결혼식에 초대받은 하객 수는 평균 26명이 감소했다.
하객 수가 감소한 데는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을 연기한 예비부부들이 올해 결혼식에 나선 데다 물가 상승까지 겹친 탓이다. 미국에서 올해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들은 약 250만여쌍으로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수요 증가에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결혼식 관련 비용도 크게 뛰었다. 일례로 결혼식 필수품목인 꽃의 경우 장미 한 송미의 평상시 가격은 80센트였지만 3달러까지 치솟았다. 꽃 테이프도 1롤 가격이 12달러로 2년 전인 2020년 4달러에 비해 급등한 상태다. 야외 예식일 경우 의자 대여비도 올라 보통 15달러였던 대여비가 최근엔 40달러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식대에 장소 대여비 등 예식에 필요한 비용들도 줄줄이 인상됐다.
예비부부들의 속앓이가 깊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결혼 관련 업체들은 결혼식 수요 증가에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한 한인 웨딩플래너는 “올해 들어서면서 예전에 비해 2배 가량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결혼식 관련 비용들이 크게 오르자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설득해야 하는 수고도 크게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객수를 줄여 결혼식 규모를 축소하는 스몰 웨딩으로 대안 마련에 나서는 예비부부들도 늘고 있다. 하객 수를 줄이는 대신 영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Zoom)을 이용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친지들에게 현장 모습을 공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50여건의 결혼 사진을 찍었는데 대부분이 소규모 결혼식이었다”며 “결혼식 규모가 예전에 비해 훨씬 축소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식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소수만 초대해 직접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인 윤모씨는 “미국 이민 생활이 길지 않은 탓에 하객도 많지 않아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치룰 생각”이라며 “장소 대여와 음식값 이외엔 모두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