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임기만표 앞두고 연봉 갈등·주가 부진 탓?
3,7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며 KKR,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칼라일(Carlyle) 그룹을 이끌던 한인 이규성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를 몇 달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칼라일은 7일 이규성씨가 CEO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씨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다. 칼라일 측은 이씨가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칼라일과 이씨가 연임 계약을 맺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씨와 이사회가 그의 계약을 두고 최근 충돌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최근 칼라일의 주가 부진과 이씨의 사임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CEO직을 맡았던 201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칼라일의 주가는 2배가량 올랐지만 경쟁사인 KKR과 블랙스톤은 각각 3배와 4배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칼라일 주가는 올해 들어 30%가량 떨어졌다.
연봉협상 결렬이 이유라고 보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사회가 연봉 협상을 이어가는 대신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고 이 사장이 곧바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최근 연봉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주인 빌 콘웨이와 또 다른 공동창업주 인 데이빗 루벤스타인에 의해 2017년 10월 CEO로 내정됐다. 2018년부터 글렌 영킨과 공동 CEO로 칼라일그룹 혁신을 주도했고 2020년부터 단독 CEO로 일해왔다.
이학종 전 연세대 경영대 학장의 장남으로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이규성씨는 하버드대 MBA 취득 후 컨설팅사 맥킨지를 거쳐 사모 펀드 ‘워버그 핀커스’에 20년 이상 몸담으며 각종 투자와 기업 M&A(인수·합병)를 맡아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2013년 칼라일 창업자 중 한 명인 윌리엄 콘웨이 회장의 추천으로 칼라일에 영입됐었다.
칼라일 이직 당시 유명 백화점 니먼마커스 대표가 WSJ과 인터뷰에서 “내가 만나본 가장 똑똑한 인물 중 한 명이며 모든 CEO가 그와 일하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던 그는 과감한 추진력으로 어려운 사업들을 성사시켜 ‘문제해결사’로 불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