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파나소닉 오픈 두 번째 어린 나이로 우승,
코리안투어 군산CC 오픈 프로 선수 최연소 정상
7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던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20)은 일찌감치 ‘대성’이 기대되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김주형에게는 ‘최연소’가 익숙하다. 17세이던 2019년 아시안프로골프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로 우승한 것은 ‘최연소’ 기록 행진의 예고편이었다.
2020년 18살이 된 김주형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 오픈 정상에 올랐다. 코리안투어 대회에 단 두 번 출전해 따낸 우승이었다.
그는 코리안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과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 17일) 신기록을 세웠다.
2021년 김주형은 코리안투어 상금,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3관왕에 올랐다.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선수가 코리안투어 상금왕과 대상을 받은 것은 김주형이 처음이었다.
이번 PGA투어 우승 역시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 기록이다. PGA 투어에서도 김주형보다 어린 나이로 우승한 선수는 조던 스피스(미국)뿐이다. 김주형에게는 ‘최연소’와 함께 ‘노마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김주형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필리핀과 호주, 중국 그리고 태국에서 골프를 익혔다. 생활 환경은 한국보다 못하지만, 골프 여건은 나은 곳이다.
프로 데뷔도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는 주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열린다. 언어, 음식, 관습이 다르고 코스도 다르고 잔디도 다른 곳을 돌아다닌 김주형은 적응력이 남다르다.
김주형은 짐을 싸고 풀고, 이동하고, 호텔에서 생활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하다. 김주형이 PGA투어 대회에서 고작 14번 출전해 덜컥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렇게 길러진 적응력이다.
김주형은 그동안 PGA투어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고 위해 청사진을 마련하고 차근차근히 한 계단씩 밟아 올랐다. 애초 아시안프로골프투어를 발판으로 PGA투어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 2부 무대에서 벌써 3차례 우승한 그는 2019년 파나소닉 오픈 우승으로 아시안프로골프의 신흥 강자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안프로골프투어가 문을 닫자 김주형은 코리안투어로 눈을 돌렸다.
2020년 코리안투어 데뷔전 우성종합건설 부산 경남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코리안투어에 연착륙한 그는 두 번째 대회인 군산CC 오픈에서 우승, 성공 시대를 열었다.
작년에는 SK텔레콤 오픈 우승에 준우승 세 번 등 14개 대회에서 9번이나 톱10에 진입했다.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었지만, 김주형은 국내 무대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시즌이 끝나자 재개된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 뛰어든 김주형은 싱가포르오픈 우승 등으로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상금왕 타이틀과 부지런히 모은 세계랭킹 포인트 덕분에 PGA투어 대회 초청장을 받기 시작한 김주형은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3위로 초청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특별 임시회원 자격을 따더니 로켓 모기지 클래식 7위로 다음 시즌 투어 카드까지 손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LIV 골프의 유혹이 있었지만 PGA투어를 향한 김주형의 집념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는 가을 콘페리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내년 이맘때 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꿈이 확 앞당겨진 김주형은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아예 PGA투어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확정하는 ‘초고속 출셋길’에 올라탔다.
김주형의 경기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약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180㎝의 키에 몸무게 100㎏의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도 수준급인데 아이언샷이 아주 정확하다. 다양한 잔디와 코스에서 단련된 쇼트 게임, 퍼팅 솜씨 역시 누구한테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김주형의 가장 큰 강점은 집중력이다. 경기에 몰입하는 태도는 어린 나이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생활에서도 연습과 훈련 말고는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는 성실한 태도도 그의 천재성을 뒷받침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 2승, 코리안투어 2승에 PGA투어 1승을 보탠 김주형은 이제 그토록 바라던 꿈의 무대 PGA투어에서 기관차처럼 달릴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