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은 간에 감염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간을 손상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C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Aㆍ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현재 백신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평소 혈액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C형 간염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7,1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300~40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19년 4만4,000여 명이 새로 발생했다.
C형 간염은 주로 성인에서 다양한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85%까지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 간염으로 악화한다. 특히 국내 간암 환자의 15%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알려진다.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극히 드물어졌다. 반면 침술ㆍ부황ㆍ눈썹 문신ㆍ피어싱 등 제대로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의 시술 등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늘었다. 면도기ㆍ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을 공유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C형 간염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C형 간염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1차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2차 RNA 검사를 하지 않을 때가 많고, RNA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치료하지 않아 C형 간염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발표된 C형 간염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19년 C형 간염이 확인된 환자 8,810명 가운데 78.2%(6,890명)만 병원 진료를 받았고, 이 중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 환자의 74.3%(5,118명)에 불과했다.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전된 진단법으로 증상, 간 수치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진료로 간경변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C형 간염은 간 수치가 상승하더라도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C형 간염 환자 10명 중 8명은 증상이 거의 없다는 통계도 있다. 일반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복수(腹水)ㆍ황달ㆍ간종괴 등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치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한다. 치료 기간은 8주 정도 걸리고, 완치율은 98% 이상이다. 과거에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밖에 없었지만 그마저도 치료 기간 48주에 완치율도 60%에 불과했다.
다만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C형 간염은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다시 언제 어디서 다시 감염될지 모른다. 정기적으로 간경변ㆍ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항체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된 경우 추가 검사와 이후 치료까지 연결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박멸을 목표로 하는 감염 퇴치전략(Microelimination)이 마련돼 시행 중”이라며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C형 간염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