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민감한 기록물 빈번하게 찢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상습적으로 보고서 등을 훼손해 대통령기록물법을 광범위하게 위반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행동이지만 기록물법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기록물법이 유명무실해젔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브리핑을 포함해 일정표, 메모, 편지 등 일상적이고 민감한 기록물들을 빈번하게 찢어서 내던졌다며 서류들은 보통 네쪽으로 크게 찢기지만, 일부는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의 재임 기간 서면으로 작성된 모든 문서를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전면적으로 위반한 셈이다.
WP는 라인스 프리버스 전직 비서실장 등 포함해 트럼프 전 대통령 비서진들은 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서류를 찢어 버리는 일을 하지 않도록 그를 설득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문서 훼손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 때문에 그가 기록물을 찢어버리고 난 뒤에는 비서진이 대기하다 문서 잔해를 회수해 투명 테이프로 다시 붙여서 보관하는 일이 관례적으로 따라붙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이렇게 보관되지 않은 채 아예 사라진 문서가 최소 수백 건에 이를 것이라고 WP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추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비서진들이 자체적으로 어떤 문서를 보존할지 여부를 결정한 뒤 빈번하게 서류들을 ‘소각 봉투’에 넣곤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1년 1월 ‘의회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어떤 압박을 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위가 요청했던 몇몇 문서들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한 고위 관리는 WP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떠한 기록도 원하지 않았다”며 “그가 대통령기록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임스 그로스먼 미국역사협회(AH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서 파기 및 훼손과 관련해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지만, 문제는 대통령기록물법은 실질적인 강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라며 “법을 강제할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법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러브레터’로 지칭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퇴임 후 사저로 들고 나왔다가 회수 조치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립문서보관소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여러 개의 서류 박스들을 회수했다. 수거한 서류 가운데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편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라 재임 시절 모든 메모와 편지, 노트, 이메일, 팩스 등 서면으로 이뤄진 의사소통 일체를 모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백악관에서 옮겨온 문서들은 대부분 각국 정상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기념품, 선물 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