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프라 법안 서명…“미국 재건” 1조2천억 투입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역점 추진해온 인프라 예산법안에 마침내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야외 잔디밭에서 여야 인사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 행사에서 1조2,000억 달러(신규예산 기준 5,500억 달러)의 예산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도로, 교량, 광대역 통신, 대중교통 환승 등 미국의 인프라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예산이다.
■어떤 내용 담겼나
바이든의 인프라 예산 법안에는 도로·철도와 전기차, 인터넷·전력망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개선 사업이 총 망라돼 있다. 구체적으로 노후화한 도로와 교량을 보수하는 데 1,100억 달러가 들어간다. 이중 교량 분야에 투입될 예산은 약 400억 달러에 이른다.
대중교통 분야에는 390억 달러가 책정됐다. 수송체계 확대와 장애인의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 지방정부의 저탄소 버스 구매 지원 등에 쓰이게 된다. 연방 교통부에 따르면 버스 2만4,000여 대, 열차 5,000량, 역 200곳 등의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여객·화물용 철도망 개선에는 660억 달러이 배정된다.
바이든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75억 달러도 반영됐다.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통학버스를 전기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꾸기 위한 예산은 50억 달러다. 농촌이나 저소득 가정의 인터넷 접근 개선을 위한 광대역 접속 사업,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한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는 각각 650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뿐만 아니라 활주로·탑승구 등 공항 시설 개선에 250억 달러, 상하수도 시설 개선에 550억 달러가 쓰일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연설에서 인프라 법안에 대해 블루칼라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어낼 역사적인 투자라며 “미국 재건을 위한 블루칼라의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또 향후 2∼3개월 안에 인프라 법안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초당적 지지 성과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3월 미국의 열악한 인프라 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내세워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강조하며 2조2천500억 달러의 물적 인프라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반대하자 규모를 1조7,000억 달러로 낮췄다가 여야 초당파 의원들과 추가 협상을 통해 1조2,000억 달러 예산 합의를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 예산은 여야 50석씩 동수인 연방 상원에서 지난 8월 69대30의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됐고, 하원에서도 228대206으로 통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야당과 2조 달러의 인프라 예산 규모에 합의하고도 재원 조달 이견으로 예산 확보에 실패했음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화당 의원 중에 예산법안에 찬성한 이들이 나온 점은 극도로 양극화한 미국 정치 현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 사례를 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중 상원에서 19명, 하원에서 1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서명식에는 의원과 주지사, 시장 등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롭 포트먼 상원의원과 돈 영 하원의원,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 공화당 소속 인사도 눈에 띄었다. 바이든이 무대에 오르자 ‘조’라는 연호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초당주의의 드문 사례를 강조하기 위해 서명식을 활용했다며 백악관은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 속에 이번 일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