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없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많아
무더위로 인해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보양식을 챙겨 먹기 마련이다. 그런데 보양식은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병을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콩팥병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콩팥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은 콩팥 기능에 이상이 있지만,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10% 정도에 그쳤다.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것을 알지 못한 채 고단백 보양식이나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ㆍ채소를 먹다가 단백질 대사 잔여물, 칼륨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여 콩팥 기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콩팥은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서 소변으로 배출하고,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는 등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라면 식생활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능이 떨어졌다면 단백질ㆍ나트륨ㆍ칼륨ㆍ인 성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피해야 한다.
건강하다면 단백질 대사 후 생기는 질소 산화물의 90%가 콩팥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고단백 보양식을 먹으면 체내 질소 산화물 배출에 문제가 생기고,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서 콩팥병이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은 세포 생성과 생명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이므로 섭취를 완전히 제한할 수 없어 섭취를 적절히 줄여야 한다. 콩팥병 환자는 정상인의 절반 정도로 조절하되 체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다른 영양소, 열량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수분과 칼륨 함량이 많은 수박ㆍ참외 등 제철 과일도 많이 먹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몸속에 이런 성분이 축적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혈액 속 칼륨 농도가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은 손발 저림, 근육 마비, 혈압 저하가 생길 수 있다. 부정맥이 있다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수박ㆍ참외ㆍ멜론ㆍ바나나 등 과일과 오이ㆍ시금치ㆍ아보카도 등의 채소가 칼륨 함량이 많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칼륨 섭취를 줄이려면 과일은 2시간 이상 물에 담근 후 껍질을 벗겨서 먹고, 채소는 칼륨 함량이 높은 줄기 부분은 제거한 뒤 잎 위주로 먹고 끓는 물에 데쳐 먹도록 한다.
콩팥 기능 이상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악화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콩팥이 노폐물을 거르지 못하면 몸에 수분과 염분이 쌓여 혈압이 올라갈 수 있고, 몸이 붓기도 한다. 몸에 독소가 쌓여 식욕이 떨어지거나 메스꺼움, 구토가 생길 수 있다.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로 콩팥 기능 이상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지은 과장은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므로 소변에 단백질 성분이 많이 배출되는 단백뇨가 생기거나 혈액 속에 크레아티닌 노폐물이 늘어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