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면 보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이냐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로의 교체냐.’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월가에서 파월 의장이 자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예상이 나왔다.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인 내년 2월까지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그의 연임을 점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2일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이날 “파월 의장이 연임을 확보하는 데 힘겨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연준의 상당한 규제 및 감독 권한을 감안할 때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그가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임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브레이너드, 더 완화적 성향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파월 의장이 월가 금융사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불만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상원 은행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계속해서 연준의 은행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연준 의장이 바뀐다면 바이든 행정부 내 실세인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의장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장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연준 내 민주당 측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의장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연준 내에서 확실히 민주당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브레이너드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큰 틀에서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의 경기 판단과 통화정책 방향은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상당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면서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브레이너드 이사가 파월 의장보다는 더 비둘기파적이며 은행 규제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장 바꿀 경우 시장 불안감 커질 수
월가 안팎에서는 브레이너드 이사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지금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정책이 나오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개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점도표상 금리 인상 시점이 오는 2023년으로 1년가량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치솟던 국채금리가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더십이 교체된 후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운다는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보다 강경한 정책을 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파월의 연임이 유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지금까지 파월 의장이 큰 문제 없이 역할을 해온 데다 전통적으로 미 대통령들은 연준 의장의 연임을 보장해왔다.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고(故) 폴 볼커 의장이 8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8년, 벤 버냉키 전 의장도 약 8년을 했다. 재닛 옐런 전 의장(현 재무장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임을 못한 채 4년 만에 물러났다. CNBC는 “JP모건은 파월 의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신호는 파월의 연임이 문제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최근 로이터통신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0%인 36명이 파월 의장의 연임을 점쳤다. 공화당도 파월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수차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파월 의장의 입장을 두둔해왔다.
<뉴욕=김영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