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료품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40% 상승,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 확장 재정을 감행, 인플레이션 경고가 나오는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인도, 나이지리아,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각국마다 살인적인 식탁물가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주요 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연말 기준 주식인 파스타 가격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10.5% 올랐다고 WP는 보도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시 각료회의에서 “러시아인들이 과거 소련 시절에나 먹었던 것과 같은 해군식 파스타를 먹고 있다”며 식량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고, 이어 러시아는 파스타 가격 통제에 나섰다.
‘아사도’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에선 한 해 동안 소고기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 진흥기구에 따르면 소갈비 1㎏ 가격이 90%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고기 소비도 급감,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이 정점을 찍었던 1956년의 절반 수준인 49.7㎏으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달간 소고기 수출을 규제하는 등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 인근 니아니아 시장에서 주식인 쌀 가격은 최근 10%가량 올랐다. 양파값은 30%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상승 원인으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포함해 중국의 수요 급증, 유가 변동,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인구 증가와 세계화, 기후 변화가 맞물리며 이 같은 식량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덴버대학교의 컬렌 헨드릭스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세계 식량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아메리카 대륙을 강타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미 중서부 등 곡창지대가 가뭄에 시달리며, 전 세계 식량 수급에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헨드릭스 교수는 “세계가 올 가을에 정말로 충격적인 상황에 접어드는 것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