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텍사스주 재스퍼 카운티의 한 모텔. 시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들이닥친 경찰이 플라스틱 토트백(손잡이 달린 대형 가방) 안에서 발견한 것은 숨진 지 이미 몇 주가 지나 심하게 훼손된 사무엘 올슨(5)이었다. 경찰은 화장실에서 29세 여성 테레사 발보아를 체포했다. 그는 숨진 사무엘의 아버지 달튼 올슨의 여자친구였다. 발보아는 시신 유기와 관련된 증거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는 세 명의 남성이 한 여성을 중심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어린 사무엘이 왜 죽어야 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밝혀진 건 없다. 텍사스 일대를 충격에 빠트린 어린아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미스터리만 늘어나고 있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실종 신고였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실종 신고 한 건이 접수됐다. 여섯 살 생일을 이틀 앞둔 사무엘이 여자친구 발보아 집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아버지 달튼.
사무엘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날짜는 4월 30일이었다. 사무엘이 학교에 나갔던 날이다. 아버지 달튼은 경찰에 “발보아가 사무엘을 4월 30일부터 돌보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발보아는 “사무엘의 어머니 사라 올슨이 5월 27일 아침 집에 와 사무엘을 데려갔다”고 주장했지만, 사라는 감시카메라 자료로 결백을 입증했다. 사무엘의 부모는 지난해 1월부터 이혼소송을 치열하게 진행하던 중이었다.
사건의 실마리는 다른 곳에서 풀렸다. 사무엘 시신 옮기는 일을 도왔던 딜런 워커(27)가 경찰에 이 내용을 신고하면서다. 그는 발보아의 친구다.
또 다른 등장 인물인 발보아의 동거인 벤자민 리베라(27)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10일 발보아에게서 사무엘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집에 도착해 사무엘이 멍든 채 침대 위에서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두 사람은 시신을 욕조에 넣고 이틀간 방치했다고 한다. 같은 달 13일 상자에 시신을 넣어 휴스턴 교외 창고에 보관했고, 발보아가 다시 워커에게 도움을 요청해 215㎞ 떨어진 재스퍼의 모텔로 옮겼다는 것이다.
현지 검찰은 발보아, 워커, 리베라를 기소했지만 살인 혐의는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사무엘 살해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무기를 찾아내 조사 중이라고 미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발보아가 학대 끝에 사무엘을 죽였는지, 아니면 과실로 숨지게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숨진 사무엘의 아버지 달튼은 범행을 모르고 있었는지, 왜 발보아의 집에 아이를 맡겼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드레이 빌 사건 담당 검사는 “어린 사무엘을 위해 정의를 확보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AP에 밝혔다. 과연 어린 사무엘이 안타깝게 죽어간 사건의 실체는 드러날 수 있을까.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