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매일 10만 번 정도 뛰는 심장이 오래되면서 승모판막(僧帽瓣膜ㆍmitral valve)이 퇴행성 변화가 생겨 여닫이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다. 이 때문에 혈액이 역류돼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이나 등산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게 된다.
방치하면 심부전과 부정맥이 생기면서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고 뇌졸중이나 돌연사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대다수지만 유전적 원인으로 20대 젊은이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환자는 4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판막중재시술팀(한주용 박성지 김은경 최기홍 김지훈 순환기내과 교수)은 고위험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으로 인해 혈액이 역류하는 환자와 박출률 저하 심부전이 동반된 이차성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ㆍTEER)’을 성공했다.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는 그동안 약물 치료, 개흉 수술을 통한 승모판막 성형술과 인공 판막 치환술을 받았다. 그러나 고령자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수술 위험이 커 수술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박출률 저하 심부전 환자에게 동반된 이차성 중증 승모판 역류증일 때 수술 위험이 높아 약물 치료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클립을 이용한 TEER 시술은 짧은 회복 기간과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 시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박출률 저하 심부전이 동반된 이차성 중증 승모판 역류증 환자에서도 증상 개선과 예후에 도움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술받은 고위험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으로 인한 혈액 역류가 되는 환자들은 고령(80세 이상)과 기존 질환 및 수술 이력으로 수술 위험성이 컸으며, 이차성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도 좌심실 기능이 매우 나쁘고 고령, 부정맥이 동반된 경우였다. TEER 시술은 모두 성공적이었으며, 회복 후 퇴원했다.
한편 미국심장학회는 최근 심장 판막 자체는 문제없지만 심부전증ㆍ부정맥 등으로 심장이 비대해지고 승모판막이 늘어난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에게 TEER 시술을 우선 고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슴을 열지 않고 시행하는 TEER 시술은 가느다란 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 올린 뒤 3D 심장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고장이 난 승모판막 부위의 전엽과 후엽 승모판막을 클립(clip)으로 고정해 접합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클립은 크기가 작고 한 가지밖에 없어서 벌어진 판막을 고정할 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크고 길어진 4가지 종류의 클립이 나와 시술 시간도 평균 2시간으로 줄여 2~3일 뒤에 퇴원이 가능해졌고, 꼭 맞는 클립을 선택할 수 있게 돼 환자에게 쓰는 클립도 적게 쓰게 됐다.
이처럼 클립을 하나만 사용하면 심장 판막이 손상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벌어진 심장 판막을 적절하게 좁힐 수 있게 돼 증상이 심해지는 위험도 줄이게 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