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를 탄생시킨 한국계 3인방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그동안 미국 영화계가 보여줬던 뜨거운 반응과 이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전문 주간지 할리웃리포터는 지난 14일 감독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주연배우 스티븐 연과 진행한 인터뷰를 커버스토리로 게재하고 이들 3인방을 이날 발행된 잡지의 표지인물로 올렸다. ‘미나리’는 오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여우조연,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정 감독은 오스카상 수상 여부에 대해 ‘미나리’에서 보여줬던 연출 기법처럼 담백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영화 ‘미나리’가 “사람의 성공에 관한 것이 아니고, 성공의 바깥에서 다시 태어나는 사람에 관한 것”이라며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데 “감사해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상을 받는 것이 제 영화를 정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인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것과 관련해 ‘배우’보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방점을 찍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 “우리는 ‘미나리’를 통해 정직하게 말하려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오는 아시아계 제작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는 평가에서 벗어나려 했다면서 “내가 아시아계 프로듀서여서가 아니라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리웃리포터는 “‘미나리’는 유색인종 이야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이 영화의 주역들은 ‘미나리’가 대충 그렇게 분류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미나리’의 주제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보다 더 폭넓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들 한국계 3인방은 ‘미나리’가 이민 1세대인 자신의 부모들을 절친 사이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도 소개했다. 작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미나리’가 초연돼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을 때 이들 3인방의 부모도 영화제에 참석해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의 부모는 곧 콜로라도로 하이킹 여행을 함께 떠날 계획이고, 정 감독의 어머니와 크리스티나 오의 모친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정 감독은 “두 어머니는 ‘미나리’가 충분히 이룰 것을 이뤘기 때문에 오스카상 수상을 기대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고 말했고, 크리스티나 오는 “두 분의 약속은 가장 한국적인 엄마의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