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군 공식발표…“5월1일부터 시작, 9·11 이전 완료”
조 바이든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결정한 것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당면 현안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아프간전에서 속히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어서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말도 나온다.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1일 시작해 9월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출구로 성급하게 달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책임감 있고 신중하고 안전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보다 더 많은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완전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에 머무는 이유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철군하는 동안 탈레반이 공격을 감행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간전이 20년을 넘기기 전에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이다. 미국의 최장기전쟁이 된 아프간전에 미국이 쏟아부은 돈만 2조 달러가 넘고 미군 사망자도 2,000명을 넘었다.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일치하는 발표지만 취임 3개월도 안 돼 서둘러 완전 철군을 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러시아와의 대결, 기후변화, 코로나19 퇴치 같은 중대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임기 초반부터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위협에 맞서는 데 우리의 자원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격심한 위협과 도전에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 인력,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깊이 믿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20년 된 아프간 갈등을 그만두고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수 발표를 즈음한 미국의 외교일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뒤인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외국 정상 중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는 건 스가 총리가 처음인데 중국의 위협에 논의의 상당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는 이날 중국 방문에 나선다. 미중 갈등이 극심해지는 와중에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행정부 첫 고위당국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3국에서의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23일 화상으로 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초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