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거부권 시한..합의냐 철수냐
업계·정부 양사 합의 마무리 원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찬 전기차 생산계획이 큰 장벽을 부딪혔다고 5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윙 스테이트인 조지아주의 일자리와 미국 지적재산권법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연방 소유 관용차의 전기차 전환, 수 만개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 전기차 구입자에 대한 우대 정책 등을 통해 전기차 확대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건설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해놓고 있다.
이런 과제를 위해선 양질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SK 이노베이션이 26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 커머스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은 2,600명을 고용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를 도울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하지만 공장건설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지난 2월 판결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SK가 LG케미칼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정하며 10년간 배터리 관련 부품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다만 기존 계약분인 폭스바겐에는 2년간, 포드에는 4년간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SK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최악의 경우 공장건설을 포기할 수 있다고 압박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강력 촉구하고 있다. 4월11일이 거부권 행사 마지막 기한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장건설이 계속되고, 지난 선거에서 불과 1만2천여표 차이로 승리했으며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도록 2명의 연방상원의원을 가져다 준 조지아주에서 수 천개의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지키며 싸워온 지적재산권법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SK와 조지아 주지사, 조지아 출신 민주당 두 연방상원의원은 ITC 판결을 뒤집지 않으면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SK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지아 공장을 잃게 되면 향후 5년간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없으며, 중국 제품을 수입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인 LG케미칼은 이 같은 주장에 말도 안돼는 소리라고 반발한다. LG는 최근 45억달러의 미국 내 신규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심지어 SK 공장 부지를 인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드물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이 ITC 판결을 뒤집는다면 일자리 혹은 다른 정책목표를 위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경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미 무역대표부 전 관리는 “미국은 지적재산권법에 대한 일관적인 법집행을 유지해왔다”며 “이번 건은 새 정부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측은 아직도 훔쳐간 지적재산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 SK가 공장을 완공하도록 합의하는데 열려있다고 전하고 있다. 아직 양측은 합의에 이르기는 멀어 보이지만 미국의 업계 관계자와 정부측 인사들은 확실히 양사가 극적인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박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