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이 각각 불매운동을 경고하며 맞불을 놨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 진영과 이를 강행하려는 공화 진영 사이에 낀 채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5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 진영에 동조하는 기업들에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필두로 공화 진영에서 꺼내든 으름장에 가세한 것이다.
매코널은 성명에서 민주 진영을 겨냥해 "헌법 질서에서 벗어나 우리 조국을 탈취하려는 극좌 무리"라고 몰아세우고 "만약 기업들이 이들을 위한 도구가 되려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발 앞서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든 쪽은 민주 진영이다.
조지아주가 지난달 25일 공화당 주도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유색인종의 투표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줄줄이 여론전에 가세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해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 델타항공이 선거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시작으로 업계도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공화당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두에 나선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조지아주에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을 열지말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기를 보이콧하자"며 맞불을 놨다.
조지아 주지사인 브라이언 켐프는 의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서명을 마친 데 이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번엔 양측 전쟁이 텍사스주로 옮겨가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5일 진단했다.
텍사스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지지했던 공화 세력 거점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민주 진영의 불매 협박을 받던 기업들이 이제는 보수 진영에서 맞불 보이콧에 직면한 처지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아메리칸항공, 델테크놀로지스가 각각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은 "투표에 자유롭고, 공평하며, 공정하게 접근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데 따른 공화당 측의 '대응' 일환인 투표권 제한법은 현재 조지아뿐 아니라 다른 주 의회들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뉴욕대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47개 주 의회에서 361개의 선거 제한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집계됐다. 공화당의 주도로 조지아 등 4개 주에선 5개 법률이 주지사 서명까지 끝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