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개인 배우상…눈물 글썽이며 "동료 배우들이 선택해 영광"
'미리 보는 오스카'로 평가받아…남우주연상·앙상블상 수상은 불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4일 미국배우조합상(SAG)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이날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미국배우조합상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출연진 전체가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으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다. 앙상블상은 출연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과 조화를 평가하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배우가 이런 앙상블상이 아닌 배우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은 것은 윤여정이 처음이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서양인(westerner)에게 인정받은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특히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줘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기쁘고 행복하다"며 여우조연상 후보로 경합한 다른 후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여정은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헬레나 젱겔(뉴스 오브 더 월드)과 수상을 놓고 다퉜다.
미국배우조합이 주최하는 이 상의 수상자들은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는 경우가 많아 '미리 보는 오스카'로도 평가된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윤여정은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할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아카데미상 경쟁 후보로는 이번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와 3명(마리아 바칼로바· 글렌 클로스·올리비아 콜먼)이 겹친다. 나머지 후보 1명은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다.
한국인 배우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의 경우 6개부문(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배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을 포함해 지금까지 36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사이트인 골드더비는 현재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 1위로 꼽는 등 수상을 점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5일 열린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 작품으로, 미국 아칸소주의 농촌을 배경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려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마주치는 삶의 신산함을 담담하게 그렸다.
윤여정은 이 작품에서 이민자인 딸 부부의 아이들을 돌봐주러 미국에 건너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연기했다. 순자는 인정 많으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할머니이지만, '한국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손자에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한편 '미나리'에서 아빠 '제이콥' 역할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미나리' 출연진 전체는 영화 부문 앙상블상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은 불발로 그쳤다.
올해 미국배우조합상의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고인이 된 채드윅 보즈먼(마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이, 여우주연상은 바이올라 데이비스(마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앙상블상(캐스트상)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 각각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