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프리미엄을 누리며 치솟았던 금 값이 8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와 국채 수익률 상승세 둔화가 금 값 하락을 부추겼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 대비 온스 당 17.80달러 떨어진 1,715.8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 기록한 2,072달러에 비해 17% 낮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 속에 대규모 부양책을 발판으로 한 세계 경제 회복세 움직임이 ‘안전 자산’인 금 수요를 크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금 보유 규모 역시 1일 현재 14톤으로 줄었다. 올들어 최대 감소폭이다. 금 ETF는 개미 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직접 금을 사는 대신 금을 보유한 EFT를 주식처럼 사고 판다.
금은 전세계 주식시장 상승세와 각국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양적완화(QE), 또 이에 힘입은 세계 경제 회복세로 휘청거리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 금은 또 미국 국채와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금은 이자가 없지만 미 국채는 적어도 이자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속적인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그만큼 금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급등세가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를 것이란 우려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6%까지 오르기도 했다.
줄리어스 베어의 카스텐 멘케는 “채권 수익률 상승은 경제 전망 낙관의 신호”라면서 “이는 또한 금 투자자들이 일부 보유지분을 매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 카스텐 프리츠에 따르면 금의 명성이 크게 약화되면서 금 ETF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