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제대 2세에 인종 욕설·코뻐 부러뜨려
친구들 달려오자 범인 도주 경찰 증거 수집
코로나 팬데믹 속 미 전역에서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해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LA 한인타운 한복판에서도 20대 한인 남성이 증오범죄 폭행을 당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한인 2세로 미군까지 다녀온 아시안 아메리칸이면서도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중국계와 아시안을 비하하는 ‘칭 총’ 등의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 신고된 아시아계 차별 및 증오범죄 건수만 3,000건이 넘는 가운데 한인타운도 이같은 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커뮤니티 자원에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NBC4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을 전역한 올해 27세 한인 데니 김씨는 일주일 전 LA 한인타운 6가 인근 켄모어 애비뉴 선상 도로변에서 두 명의 남성에게 살해 위협과 욕설에 이어 폭행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아직 눈에 멍든 자국과 코뼈 골절 부상이 남아 있는 김씨는 “그들은 나에게 ‘칭 총’, ‘차이니즈 바이러스’ 등 온갖 험악한 말을 퍼붓기 시작하더니, 결국 내 얼굴을 때렸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서 그의 친구 조셉 차 씨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괴한들을 쫓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데, 차씨는 “비명을 지르며 (괴한들에게) 멈추라고 소리쳤다”면서 “그들은 그런 나에게도 인종차별적인 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LA 경찰국(LAPD)은 중범죄 혐의의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가해자의 인상착의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의 구체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현장 인근의 감시카메라 영상 자료나 추가 목격자 등을 찾고 있다.
피해자 김씨는 자신이 당한 인종차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LA에서 성장해 미 공군에 입대, 미국을 위해 봉사했던 김씨지만 그는 “내 커리어 내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인종차별들을 매우 많이 경험했다. 내가 있던 곳에 내가 어울린다고 느껴본 적도, 소속돼 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며 한인 2세로서 처한 현실을 전했다.
김씨는 현재 그의 주변의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뭉쳐 펜데믹 이후 속출하고 있는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LA지부의 카니 정 조 대표는 “그가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며 아시안 커뮤니티가 차별 및 증오범죄에 맞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안 권익 단체들은 3,000여 건의 피해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증오범죄가 기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더욱 문제라며 수사 당국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