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겨내고 우뚝 선 인생이 빛이 나듯, 골프도 어렵고 거친 환경에서 라운드 할 때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발톱을 숨긴 고양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태평양 해안의 풍광 좋은 골프코스지만 막상 플레이를 시작하면 곳곳에서 뾰족한 발톱을 드러내 잠시 한 눈을 팔다가는 여지없이 망가지는 곳. 바로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다. 이 코스는 지난 주 열린 파머스 오픈에서도 숨겨진 발톱을 그대로 드러내 US 오픈 우승자 브룩스 켑카, 지난해 파머스 오픈 우승자 마크 리시맨, 침묵의 탱크 최경주를 한 순간에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는 한번 라운드한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PGA 프로들의 애환과 숨 막히는 필드의 드라마를 직접 체험해 본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테마전문 여행사 엘리트 투어가 마련하는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 라운드는 샌디에고 주민은 물론 일반인이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임을 감안할 때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감동 선사
깊고 거친 러프와 빠른 그린
PGA 프로들의 애환 경험
■ 2021 US 오픈 개최
토리 파인 골프코스에서 열린 올 파머스 오픈에는 일반 메이저 대회가 아닌데도 내로라는 메이저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관심을 더했다.
로리 맥킬로이, 브룩스 켑카, 존 람, 아담 스캇, 필 미켈슨, 저스틴 로즈, 토니 피나우, 최경주, 김시우, 임성재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패트릭 리드 등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같은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바로 오는 6월14일부터 20일까지 이 곳에서는 열리는 2021 US 오픈 골프에 대비하기 위해 코스 점검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가 PGA 프로들도 혀를 내두르는 것은 빠른 그린과 질긴 러프 때문이다.
2020년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의 그린 스트로크 평균은 72.53으로 PGA 투어에서 7번째 터프 코스로 랭크됐으며 지난 2008년 US 오픈 때는 73.8로 당시 타이거 우즈와 로코 미디어 두 선수만이 언더파를 치는 선수로 기록됐다.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의 러프는 PGA 프로들도 ‘러프와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질기고 두꺼운 키쿠유 그래스(Kikuyu Grass)로 US 오픈 규정상 러프의 높이를 5-6인치(15cm)가 되면 프로들도 레귤러 온을 포기해야 하는 홀이 한 두 홀이 아니다.
■ 러프와의 처절한 싸움
2021년 US 오픈의 코스 감독관인 USGA의 존 보덴하머는 최근 골프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PGA 대회중 가장 위대한 챔피언 십 중의 하나로 기록된 지난 2008년 US 오픈의 코스로 올해 다시 돌아왔다”며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의 타이거의 퍼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올 US 오픈에서 달라진 것은 ▲10번 홀, 415야드에서 449야드로 34야드 늘림 ▲15번홀, 티박스를 옮겨 510야드로 35야드 늘림 ▲17번 홀 새로운 티박스, 길이 변동없음 등이다. 전체 길이는 7,680야드다.
그는 코스 공략의 관건은 볼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6번 홀의 경우 515야드 파4인데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보기 또는 더블 보기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보덴하머 감독관은 “지난 몇 년동안 페블비치, 윙 풋을 시작으로 US 오픈의 전략을 다시 구상하게 됐다”며 “티에서 정확도를 중시하는 구식 US 오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US 오픈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 사우스 코스의 눈물
이같은 토리 파인 사우스 코스의 어려움은 이번 파머스 오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첫날 노스 코스에서 4언더를 기록했던 브룩스 켑카는 둘째 날 사우스 코스에서 버디 2개 보기 6개를 기록해 4오버를 쳤으며 이번 대회 154명 참가 선수 중 최고령자인 최경주 선수도 첫날 6언더를 치면서 기염을 토했으나 둘째 날 사우스 코스에서 버디 한 개, 보기 6개로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3라운드에서 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인 패트릭 리드도 사우스 코스의 깊은 러프로 인한 심리적 갈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날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러프로 향했다. 리드는 공이 땅에 박혔다고 판단해 해당 지점에 표시한 뒤 공을 들어 올렸다. 리드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이 그대로 박혔느냐(embeded) 아니면 한번 바운드를 했느냐고 물었고 사람들이 그대로 박혔다고 하자 그대로 공을 들어올렸다.
경기위원도 설명을 들은 후 리드에게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지만 일각에서는 “리드가 공을 들어올리기 전에 먼저 경기위원을 불러 판정을 받았어야 했다”며 규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리드는 과거에도 규정위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던 전례도 있었지만 골퍼라면 깊은 러프에 박힌 공을 자신에 유리한대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패트릭 리드는 결국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토리 파인 사우스는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 남가주 몇 안되는 코스다.
한번쯤 프로들이 날리는 티박스에서 멋지게 샷을 날려보고 프로들과 스코어를 비교해보는 추억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